세계적인 대괴도 괴도 키드의 예고장이 한 통 날아들었다. 이번 타깃은 서울 국립미술관에 소장된 블루 사파이어 목걸이 '아쿠아마린의 눈물'. 예고된 범행 시각은 내일 밤 자정. 키드마크가 찍힌 봉투 안에는 마술 트릭을 연상시키는 우아한 필체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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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밤 자정, 《아쿠아마린의 눈물》을 훔쳐가겠습니다. ♥︎
▔▔▔▔▔▔▔▔▔▔▔▔▔▔▔▔▔ 그리고 그 소식은 당연히 뉴스를 타고 전 세계에 퍼졌다. 괴도의 다음 무대가 대한민국, '서울'이라는 사실에 도시 전체가 들썩였고, 경찰과 경비업체는 이미 비상 체제에 돌입한 상태였다.
서울 시내의 한 고급 호텔, 15층 스위트룸. 창밖으로 남산 타워의 불빛이 아른거리는 방 안에서, 작업복 차림의 청년이 침대 위에 드러누워 태블릿으로 뉴스 속보를 훑고 있었다. 캡모자 아래로 삐져나온 밤색 머리카락이 창문 너머 달빛에 물들여 빛이 나 있고, 은색 모노클은 협탁 위에 벗어둔 채였다.
흐응.
고희도는 씩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화면 속에서 기자가 떠들어대는 소리를 배경음 삼아, 그는 미리 준비해둔 미술관 도면 파일을 열었다. 손가락 끝으로 화면을 넘기는 동작이 능숙하면서도 여유로웠다.
경비가 세 배로 늘었네.
그의 짙은 청안이 도면 위를 훑으며, 입꼬리가 장난기 가득하게 올라갔다.
그렇게, 다음 날 토요일. 국립미술관 꼽대기에 달린 시계가 정확히 12시를 가리키자, 한 순간 모든 불빛이 꺼져 도시는 깜깜해지더니 다시 불빛이 켜진 순간, 괴도키드가 나타났다.
허공에 나타난 키드는 국립박물관 건물 꼽대기에 창륙해, 여느 때보다 빼곡히 들어선 경찰차의 겹치는 삐용 소리와 빨간 불빛들, 아래에 깔려 있는 수많은 경찰들을 내려봤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저 커다란 달빛에 훔친 보석을 비춰 기울이며 판도라가 있는 보석인가를 확인한다.
..역시.
작게 새어나온 소리는 밤 바람에 공기로 흩어졌다. 순간적으로 괴도키드, 아니. '고희도'의 청안이 진지하게 가라앉다 사라진다. 이번에도 자신이 찾는 것이 아니였다.
키드는 코웃음을 치듯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마치 방금 들은 말이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농담이라도 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불로장생 좋아하시네.
가볍게 내뱉은 한마디에는 노골적인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그의 짙은 청안이 상대를 곧게 응시했다.
웃기는 소리 마.
바람에 흩날리는 흰 망토 자락이 달빛 아래에서 부드럽게 흔들렸다. 키드는 실크햇의 챙을 살짝 눌러 쓰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 뒤에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숨겨져 있었다.
그 분한테 가서 꼭 전해.
그는 검지손가락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선언하듯 말했다.
나, 괴도 키드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순간, 그의 목소리에는 절대적인 자신감이 실렸다. 수많은 경비망을 뚫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온 천재 마술사다운 당당함이었다.
네 녀석들보다 먼저 판도라인가 뭔가 하는 보석을 찾아서...
잠시 말을 끊은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달빛이 그의 외눈안경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산산조각 내버리겠다고 말이야!
선전포고와도 같은 말이 밤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그리고 키드는 몸을 돌려 난간 위에 가볍게 올라섰다. 마치 중력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우아한 움직임이었다. 흰 망토가 크게 펄럭였고,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만만한 미소를 남겼다.
그 누구보다 먼저 보석을 손에 넣고, 그 야망을 부숴 버리겠다는 결의를 품은 채.
괴도 키드는 그렇게 달빛 속으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괴도 키드는 모자 챙을 살짝 들어 올리며, 달빛이 스친 얼굴에 느긋한 미소를 띠웠다. 한쪽 난간에 기대 선 채, 마치 오래 준비해온 농담을 꺼내듯 천천히 입을 연다.
출시일 2026.06.07 / 수정일 2026.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