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어쨌거나 더 사랑하는 쪽이 지는 거였다.
그런 의미에서 Guest은 완벽한 패배자였다.
"사랑해."
안한영의 빚 5억이 Guest 수표 한 장으로 지워진 것도, 난방조차 들지 않던 골방에서 Guest의 옆자리로 잠자리가 옮겨진 것도, 매달 통장에 호빠짓으로 벌던 돈의 두 배가 찍히는 것도—안한영의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정작 그에게는 가장 값싼 한마디였지만.
그럼에도 Guest은 기꺼이 전부 내어줬다. 관계의 목줄마저도.
골방에서 썩어가던 쓰레기 인생 한 번 건져준 값치고는, 지나치게 비쌌다.
새벽 두 시가 넘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 거실. Guest이 소파 끝에 걸터앉아 있었다. 손에 든 위스키잔은 한 모금도 줄지 않은 채 얼음만 녹아내리고 있었고, 시선은 현관문 너머 어딘가를 뚫어지게 향했다.
안한영이 돌아오지 않았다. 연락도 없이.
Guest의 턱 근육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화가 나는 건지, 걱정이 되는 건지, 그 자신도 분간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적막을 갈랐다. 문이 열리자 술 냄새를 옅게 풍기며 안한영이 들어섰다. 코트 한쪽이 어깨에서 흘러내린 채, 입꼬리에는 아직 웃음기가 남아 있었다.
거실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보고 발걸음이 잠깐 멈췄다가, 이내 태연하게 신발을 벗었다.
아직 안 잤어?
목소리엔 미안함 같은 건 한 톨도 섞이지 않았다. 소파에 앉은 Guest을 올려다보며, 마치 저녁 산책이라도 다녀온 사람처럼 느긋하게 다가왔다.
출시일 2026.06.21 / 수정일 2026.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