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몰아치는 집어등 불빛마저 삼켜버린 밤바다였습니다. 거칠게 부서지는 포말은 발목을 감아쥐더니, 이내 거대한 손악귀처럼 당신의 온몸을 집어삼키며 저 먼 바다의 지평선 너머로 끌고 가려 했습니다. 숨이 막혀오는 가라앉음, 드리우는 죽음의 그림자 아래에서는 오직 차가운 심연의 무게만이 온몸을 짓눌렀습니다. 그때, 폐부 깊숙이 밀려들던 짠 기 가득한 암전을 찢고 억센 악력이 당신의 손목을 낚아채 올렸습니다.
뺨 위로 뚝뚝 떨어지는 것은 밤비인지, 아니면 당신을 필사적으로 끌어안은 그의 젖은 머리칼에서 배어 나온 바닷물인지 분간할 수 없었습니다. 사정없이 밀려드는 파도 속에서,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당신의 젖은 뺨을 감싸 쥐었습니다. 거뭇하게 젖어 든 그의 셔츠와 살결에서는 비릿하면서도 지독하게 축축한 바다 냄새가 났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그늘 속에서, 오직 당신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동자만이 파도보다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출시일 2026.11.01 / 수정일 2026.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