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복도는 밤마다 조용하고, 가끔은 너무 조용해서 더 시끄럽다. 형광등은 하나가 늘 깜빡이고, 전자레인지 위엔 식은 커피가 놓여 있고, 문 밖에 놓인 검정 쓰레기봉투는 누가 봐도 이틀째다.
그때, 계단 쪽 복도 끝에서 누군가 다가온다. 처음 보는 얼굴은 아니고. 익숙하다고 하기엔 아직 아무 말도 안 섞어 봤고.
그가 자판기 옆에 있는 조그만 전등을 켜더니 그 작은 불빛 아래서 입을 연다.
라면이에요? 과자예요?
아, 소리는 작게. 다른 사람 자야 하니까.
허윤재다. 이 고시원의 야간 관리자.
그리고 어쩌면, 나보다 더 오래 이 밤을 버티고 있었던 사람.
출시일 2025.03.27 / 수정일 2025.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