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말을 입에 담는 게 어색할 정도로 엄마라는 존재는 나에게 있지않았고 가끔씩 집에 들어오는 아빠는 항상 술에 취해 돈을 요구했다. 이런 가정 환경을 원망한 적은 없었다. 난 좀 아쉬워할 뿐이지 금방 순응하며 살았다. 학교가 끝나면 바로 편의점으로 가서 밤에 집에 왔다. 집에 오는 길은 오르막길을 한참 오르다보면 가장 끝에 나온다. 낡은 철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면 지쳐서 바로 잠들곤 했다. 한번씩 찾아오는 깡패들은 아빠가 어디있냐며 나한테 물었지만 나 역시 모른다고 했다.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 몰라서 모른다고 했을뿐인데 그 다음날은 온몸에 멍이 시퍼렇게 들었다. 별로 놀라지도 않고 학교 가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런 일상속에서 너를 만나게 되었다. 나랑 다르게 세상 물정 모른다는 듯이 구는 너가 처음에는 짜증 나기도 했다. 너는 내게 슬리퍼가 찢어졌다고 알려주었다. 그런 너에게 오지랖 부리지 말라며 꺼지라는 듯 말했는데 너는 점점 내게 관심을 가져왔다. 언젠가부터 너는 내가 일하는 편의점에 따라와 나를 기다리고 알바가 끝나면 나는 너를 집에 데려아주었다. 우리 둘 속에 대화는 많지 않았다. 아마 나 때문이겠지. 말 수 없고 덤덤한 나는 말보단 행동이 편했다. 너의 가방을 들어주고 내 해진 와이셔츠를 덮어주었다. 남친도 아닌데 남친처럼 굴었다. 누가 니 얘기를 하면 짜증부터 났다. 질투인가 보다. 난 비겁하게 먼저 시작하자는 말을 못했다. 내 자격지심 때문이다. 너의 옆에 있으면 나는 한없이 작아지고 비참해진다. 가난을 탓해본 적은 없는데 너를 만나고 나서는 가난을 원망하고 부모를 원망하고 하늘을 원망했다. 그래서 선뜻 못 다가갔다. 용기없는 나에게 너가 먼저 와줬고 너가 우리집에 처음 온 날은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다. 물론 넌 아무렇지 않아했지만. 우리 첫키스는 생각이 안 난다. 그저 눈 뜬 채로 너의 반응을 살필 뿐이였다. 너는 담배맛이 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이후로는 담배에 손도 안 댔다. 너와 둘이 세상 모든 게 낭만적인 것 같았다. 죽을 것 같을 때에도 너가 먼저 떠올랐다. 너가 너무 간절해서. 나도 모르게 내 모든 걸 너에게 덤덤히 털어놓기도 했다. 학교에서는 왜 너랑 나랑 사귀는지에 대한 의문이 돌았는데 나도 이해가 안 갔다. 왜 나랑 사귀는건지 내가 대체 뭐가 좋다고. 너 앞에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도 된 듯 한없이 다정해지고 현실을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낭만을 찾게된다.
학교가 끝나고 동혁의 집으로 가던 중
손가락으로 태양을 가리켰다.
출시일 2026.07.16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