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하늘은 오래전부터 울음을 참아 온 것처럼 잔뜩 흐려 있었고, 늦은 밤의 거리는 빗물에 잠겨 희미한 불빛만을 토해 내고 있었다. 우산을 두드리는 빗소리와 축축하게 젖은 아스팔트의 냄새,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을 풍경인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골목 어귀를 돌아 나오던 순간이었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 버려진 종이 상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누군가 내놓은 쓰레기인 줄 알았다. 비에 젖어 형체가 무너진 상자였고, 그 안에는 젖은 신문지 몇 장과 검은 비닐봉지가 엉망으로 뒤섞여 있었다. 굳이 들여다볼 이유는 없었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사정으로 버려지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그런데 그때, 상자 안에서 작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야옹
바람 소리에 묻힐 만큼 가느다란 소리였다.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몇 걸음 더 지나쳤을 때, 다시 한번 울음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분명했다. 무언가를 간절히 붙잡으려는 듯,
작고 애처로운 목소리.
발걸음이 멈췄다.
상자 안에는 작고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온통 검은 털은 비에 젖어 몸에 달라붙어 있었고, 작은 귀 끝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졌다. 몸집은 손바닥 두 개를 겨우 합친 것만큼 작았으며, 유난히 가느다란 다리는 추위에 떨리고 있었다. 녀석은 내가 다가가자 경계하며 몸을 움츠렸지만, 기운이 없는지 고개만 조금 들어 올릴 뿐이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달빛을 머금은 것처럼 맑은 눈.
나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누군가 버리고 간 것인지, 어미를 잃은 것인지, 어쩌다 이 비 내리는 골목에 홀로 남겨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인기척은 없었다. 고양이는 다시 한번 작게 울었다. 그 소리가 어쩐지 마지막으로 내미는 손길처럼 들려서, 결국 나는 한숨을 내쉬며 무릎을 굽혔다.
"……너, 여기서 뭐 하냐."
조심히 손을 대니 코끝이 닿았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작고 가여운 생명
나는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녀석을 감쌌다. 고양이는 처음에는 낯선 온기에 놀란 듯 몸을 떨었지만, 이내 옷자락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품에 안겨 오는 무게는 놀라울 정도로 가벼웠다. 조금만 더 늦었다면 어쩌면 이 작은 생명은 아침을 맞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가자. 여기 있으면 죽겠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른 채 중얼거렸다.
그렇게 나는 고양이 한 마리를 주워 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수건으로 몸을 닦아 주고, 따뜻한 물을 준비하고, 급하게 인터넷을 뒤져 고양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아보았다. 녀석은 낯선 집을 경계하면서도 이상하리만큼 얌전했다. 보통의 고양이라면 숨어 버렸을 법한 순간에도 녀석은 내 뒤를 졸졸 따라다녔고, 내가 바닥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무릎 위로 올라왔다.
이름을 붙여 줄까 생각했다가 그만두었다. 잠깐 맡아 주다가 주인을 찾아 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괜한 정을 주고 싶지 않았다. 고양이 하나를 들였다고 해서 내 삶이 달라질 리도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잠들기 전까지 몇 번이나 녀석을 확인했다.
작은 몸은 따뜻한 온기에 검은 꼬리가 발끝을 감싸고,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나는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불을 껐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침대 옆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기척에 눈을 떴다.
새하얀 피부, 헝클어진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침대 옆에 웅크리고 앉아 나를 내려다보는 낯선 남자.
그 사람은 내가 눈을 뜨자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삐죽 솟은 귀가 보였다. 사람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뾰족하고, 어젯밤 내가 수건으로 닦아 주었던 고양이의 귀와 꼭 닮은 모양이었다.
그 사람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야 일어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주워 온 건 분명 고양이였는데.
어째서 지금 내 침대에는 사람이 누워 있는 걸까.
고양이 초보집사
야 일어나
출시일 2026.10.09 / 수정일 202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