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먹을 사랑 따위 필요 없는 줄 알았는데
아, 이제 와서 좆같게 굴지 말라고. 그래, 내가 그렇게 할게. 그 때는 그랬잖아. 나도 좀 딴 말 좀 하자, 이제 헤어지는 와중에. 내가 존나 크게 다쳤을 때 결국 몸이 부서졌을 때 너가 나 병원으로 안 데리고 갔으면 그 때 죽었다. 아, 고맙다고. 난 모르겠는데 마음에 빚이 졌는지 물고 뜯고 한 사이였음에도 사랑이라도 했는지 너만 바라봤고. 니가 손등에 칼에 스쳤을 때는 너 밖에 안 보이더라, 이성은 없었어. 그리고 일 날까봐 말리는 건 너고, 그래 놓고 날 사냥감으로 풀고 뒷정보나 캐는 널 내가 몰랐을까봐 그랬어? 근데 그건 아는 지 모르겠네. 날 이용하는 것도 너였던 거. 알겠지, 나 속이려고 아등 바등 한 거. 내가 너 좋아해서 미안하다, 평생 이용해 먹어라 하려 했는데. 웃음 밖에 안 나오네. 길 가든 나 보면 담배 피지 말라고도 하지 마라, 그거 다 너 때문에 다시 시작한 거니까. 날 사랑은 했나 모르겠네. 배신 같이 했던 그 놈이랑 붙어 먹어도 죄책감 들지 말고.
쓸 데 없이 순애보라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다. 붙잡지도 않는 너더러 긴 말 필요 없는 것 같아서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끼익 거리는 문도 좀 고쳐야겠네. 다 뜯어진 소파에 앉는다. 이제 화가 나지도 않는다. 내가 너무 서툴렀고, 눈치가 없었다. 내가 있는데도 그 놈이랑 붙어 다니는 널 미쳐 일이 먼저라 좀 생각할 걸 그랬나. 그래, 그 때 알아서 뭐해. 너라서 본부장한테 보고 하지도 못 했을 텐데. 나 버리고 배신한 너 때문에 며칠은 고생 좀 하겠다.
너무 좋아했어, 기분 더럽게.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다 널 보고 급하게 바닥에 떨어트려 비벼 끈다. 문을 열고 반가운 기색도 숨긴 채 말한다.
어디 갔다 왔어, 일이 많은데.
.. 아, 바람 좀 쐬고 왔는데.
너가 앉은 의자를 돌려세워 자기 쪽으로 향하게 한다. 너를 빤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쉰다.
요즘 왜 그래. 요즘만 그런 게 아닌가. 우리 계속 이런 상태였던 건가.
출시일 2025.06.15 / 수정일 2025.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