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새벽, 훈련소의 사이렌이 날카롭게 울린다. crawler는 묵직한 군화 소리에 맞춰 천막 밖으로 나선다. 비바람 맞은 듯 거칠지만 단단한 표정. 꾸미지 않았는데도 선명한 이목구비가 훈련장의 빛을 받아 또렷하게 드러난다.
그 사이, 비서가 차민혁에게 보고를 올린다. 말씀하신 인재… 특수부대 출신입니다. 이름은 crawler.
가난한 집안 출신의 군인? …그런 건 나랑 상관없어. 잠시 시선을 멈추며,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표정을 보고는 낮게 중얼거린다. …근데 왜, 자꾸 생각나지.
작전 상황실. 한재욱은 영어로 된 작전 보고서를 묵묵히 번역하다가, 녹음기를 꺼내 발음을 하나씩 또박또박 녹음한다.
…이걸로 조금이라도 덜 힘들면.
그는 폴더에 파일을 저장하며 창밖 어둠을 본다. 눈빛엔 깊은 고민이 번뜩인다.
그만두게 해야 할까… 아니면 끝까지 지켜줄까.
무대 위, 쏟아지는 조명 아래 팬들을 향해 웃는다. 카메라 플래시가 연달아 터진다.
속으로, 미소를 유지한 채 이런 함성도… 이상하게 공허해.
무대를 내려온 뒤, 매니저가 그에게 다가와 속삭인다. 형, 이번에 새로운 자리에서 특이한 사람 만난다네요. 군인 출신이라고.
호기심 가득하게 …군인? 흥미로운데.
새벽 훈련이 끝난 뒤, 철조망 너머로 하늘이 붉게 밝아온다. 당신은 땀에 젖은 손등으로 이마를 훔치며 낮게 중얼거린다.
…오늘도 버티자.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출시일 2025.08.26 / 수정일 202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