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속이 다 시원하네. 잘 지내라, 꼬맹아.
“어이! 어이 Guest, 아토스 이쪽이다!” “네, 네. 무턱대고 큰 소리로 외치면 대륙 반대편에서도 들리겠어…….”

애송이들이었다. 때 묻은 애송이 둘. 어디에나 있을 법한.
“윽…… 오지 마!”
축 늘어져 쓰러진 소년. 그를 근처의 막대기를 집어 든 소녀가 감싸고 선다. 심지가 굳은 눈을 하고 있었다. 설령 '짐승'이 덮쳐와도 도망치지 않고 물어뜯을 것 같은.
“오호~ 무서워라. 기세 좋은 아가씨네.” “그만두게 길모. 그나저나 저쪽 소년. 그 검은…….” “만지지 마!!” “…………라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Guest은 소녀를 밀쳐내고 소년을 안아 올린다. 줄곧 아이 둘이서 걸어온 것이리라.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못한 채. 그들에게 다가가자 땀과 기름과 피 냄새. 그리고 무엇보다 절망이 짙게 풍겼다.
“그만둬!” “오.”
따끔.
“오오…… 해버렸구만…….”
진심으로 감탄한 듯 길모가 굵은 팔을 꼈다.
“괜찮으십니까?”
문제없다고 아토스에게 전한 Guest은 팔에 박힌 나뭇가지를 뽑아냈다. 피 묻은 끝부분이 드러나자 소녀는 힘없이 주저앉았다.
“아…… 나…… 무슨 짓을.” “꽤 험한 꼴을 당했나 보군요. 괜찮습니다. 이 바…… 실례, Guest의 튼튼함은 보증되어 있으니까요.” “사람 좋은 것도 말이지.”
그녀를 아토스에게 맡기고 Guest은 짐승 길을 나아가기 시작했다. 흔들림에 잠이 깼는지 등에 업힌 소년이 꼼지락거리며 몸을 뒤척였다.
“아…… 나…… 윽!?” “오, 눈 떴냐!”
그 등을 두드리며 길모가 껄껄 웃었다. 업고 있는 Guest이 비틀거릴 정도였다. 이 남자에게는 적당히라는 게 없다.
“레오!” “……미…… 미나.” “그 아이, 계속 당신을 지키고 있었답니다. 고맙다고 말해주세요.” “그렇구나…… 나, 그 뒤에 정신을 잃어서……. 미나… 미안해. 너만은 지키겠다고…… 약속했는데…….” “……흥.”
얼굴을 보지 않아도 Guest은 알 수 있다. 미나라고 불린 소녀가 얼마나 볼을 붉히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본 아토스와 길모가 서로 눈을 맞추며 짓궂게 웃고 있다는 것도.
“저기…… 어디로 가는 건가요?” “북한입니다.”
나무들이 걷히고, 서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낡아 빠진 요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짐승'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최전선.

“헉, 헉…….” “하하하하!! 전혀 안 돼!!”
달그랑. 목검이 굴러간다. 아침부터 계속 길모의 훈련을 받은 소년은 짤 수 있을 정도로 땀에 젖은 모습으로 바닥에 굴렀다.
“레오 보의 검 휘두르는 폼은 그거구만. 꼬맹이 검술!” “나한테 재능 없는 건 알아요…… 그리고 내 이름은…….” “어~? 검도 제대로 못 쓰는 놈 이름 따위 외울 가치 없어. 넌 레오 보야. 평생 말이지.” “으으, 너무해…….”
레오 보…… 레온하르트는 구른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르다. 새 한 마리가 북쪽 끝을 향해 날아간다. 지상이 '짐승'에 의해 아무리 유린당해도 하늘의 생물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리라.
“이렇게…… 느긋하게 하늘을 올려다보는 게 얼마 만일까…….” “여유가 없으면 주변이 안 보이니까 말이야.”
근처에 털썩 주저앉으며 길모가 엷게 웃는다.
“저, 어떻게 하면 여러분처럼 강해질 수 있을까요…….” “글쎄다.”
무너져가는 망루로 길모가 눈을 돌린다. 처음에 그곳에 있는 Guest이 커다란 까마귀 한 마리처럼 보였다. 푸른 하늘 아래 검게 역광을 받으며 미동도 하지 않는다. 멀리 북쪽 끝에 눈을 빛내고 있다. 그것은 어떤 새보다 자유롭고, 고독하며…….
“목표로 삼는다면 저건 그만둬라. 저건 뭐랄까, 차원이 달라. 말 그대로 말이지.”
하늘의 푸름이 눈에 시린 듯,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Guest에게서 눈을 돌렸다.
“그럼 아토스는? 하면 레오 보는 마법을 못 쓰지. 그래서 나다!” “네!?”
길모가 가슴팍의 아머를 두드리며 웃자 레온하르트가 엉뚱한 소리를 냈다.
“길모 씨야말로 괴물 아니에요! 게다가 나, 검도 별로고…….” “너한테 별의 검이라는 걸 가르쳐주마. 이 몸이 마스터하려는 최강의 검술이다.”
북쪽 하늘을 길모가 가리킨다.
“저기에 별이 있다. 지금 안 보여도 있어. 정북향. 항상. 하늘의 중앙이 거기 있는 것처럼 말이야.” “별…….” “무턱대고 검을 쓰지 마라. 단 하나, 정말 소중한 길잡이를 정하고 검을 휘둘러라. 그러면 레오 보, 넌 어떤 대군이라도 이길 수 있어.”
길잡이. 그 말을 들은 순간 레온하르트의 눈빛이 미세하게 변한 것을 길모는 놓치지 않았다.
“자…… 배도 고프고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저, 더 할게요.”
물집이 터진 손으로 레온하르트는 목검을 집어 들었다.
“별…… 길잡이…….”
요새 끝에 있는 아토스의 오두막에 잠깐 눈길이 닿았지만, 곧 레온하르트는 목각 인형을 응시한다. 첫 타, 두 타. 마음가짐이 조금 바뀌었다고 검술 실력이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은 진심 그 자체였다.
“좋구만…….”
길모는 주저앉은 채 눈부신 것을 보듯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성검의 용사는 '짐승'을 끌어들인다…….” “그래. 그래서 아무리 도망쳐도 안심할 수 없어. 사람들은 레온하르트를 치켜세우면서도 정작 마을 문은 열어주지 않지.” “쓰레기네요.” “맞아. 쓰레기야.”
그러니까.
그렇기에.
그렇게 덧붙이며 미나는 긴 속눈썹을 깜빡였다.
“당신들에게 감사하고는 있어. 하지만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이용할 거야.”
의료 주문 마도서에 눈을 둔 채 미나는 냉담하게 내뱉었다.
“상관없습니다.”
페이지를 넘겨주며 아토스는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사람이 좋네.”
말끝이 떨리고 있다. 레온하르트의 일 외에는 아무래도 좋다…… 광기 어린 집념을 버려버리면 뼈가 빠진 것처럼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아서.
“무언가 남기고 싶은 겁니다.”
맥락이 보이지 않는 말을 아토스가 내뱉었다.
“남겨요?” “이래 봬도 두 번 반려를 얻고 두 번 이별을 경험해서요. 자식이라 부를 만한 존재는 끝내 생기지 않았죠…….”
잠시 먼 곳을 바라보던 아토스는 곧 웃으며 수습했다.
“그러니 늙은이로서 젊은 당신들의 앞날에 무언가 남길 수 있다면 그것이 본원입니다. 길모도, Guest도 분명 같은 대답을 할 겁니다.” “바보 아니야?”
미나의 손끝에 힘이 들어간다. 오래된 마도서의 페이지가 바스락 소리를 냈다.
“…………늙은이랄 나이도 아니면서.”
그렇게 대답하는 게 고작이었다.

“저기.”
북쪽 끝을 바라보던 Guest은 레온하르트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돌렸다.
“……저기. 방해될지도 모르지만, 계속 거기 계시길래…… 배고프실 것 같아서요.”
소년의 손에는 풀잎에 싸인 갓 만든 고기 경단이 쥐어져 있었다. Guest이 가볍게 고개를 갸웃하자 그는 쑥스러운 듯 그것을 내민다.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묘한 시간이었다. 무너져가는 망루 위에서 북쪽 끝에 뚫린 거대한 구멍을 바라보며 경단을 먹는다.
“나…… 여러분이 도와주셨는데…… 그 아이한테도…… 미나한테도 폐만 끼치고.”
“나, 용사인데. 그 아이를, 미나를 지켜야 하는데.”
Guest은 그 풋내 나는 대사를 비웃었을까. 등을 다정하게 안아주었을까. 아니면 좀 더 다른…… 무언가를 했을까.
“Guest 씨.”
땅에 엎드리듯 하며 그는 간청했다.
“당신의 기술을…… 가르쳐주세요. 전 이제 싫어요. 도망치기만 하는 한심한 '레오 보'로 있는 건, 이제.”
그리고 당신은……

오! 드디어 와버렸나! 이야, 엄청난 숫자구만, 하하하!
지평선이 검게 물들 정도의 물량으로 밀려오는 '짐승'. 세상을 멸망시킬 어둠의 군단.
하지만 요새의 수호자들은 마이페이스로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