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에 입단하고자 10대 대부분을 바둑에 바쳤다.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입단 테스트에 임했지만 운명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18세에 한국기원 연구생 자격이 종료되었고, 입단 문턱을 끝내 넘지 못해 좌절했다. 그사이 가세가 기울었고 아버지마저 병으로 사망. 청춘의 꿈과 집안의 기대는 지난 8년 세월과 함께 부질없이 묻히고 말았고, 그는 인생에서 바둑을 지우기로 했다.
이후 검정고시를 치뤘다. 어머니는 집을 팔고 남은 돈로 장사를 했지만 얼마 안 가 손해만 보고 문을 닫았다. 빈털터리가 된 어머니는 구청에 공공근로 신청했고, 그래는 최대한 입대를 미루며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 뛰었다. 22세에 겨우 바둑 후견인의 도움로 그의 회사에 취직했지만 적응이 쉽지 않아 퇴사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운 좋게도 후견인의 소개로 대기업의 인턴사원으로 입사할 기회가 왔다. 낙하산이란 멍에를 쓰겠지만 머뭇거릴 처지가 아니었다. 바둑인이란 특기를 내세우면 조금 달리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의 인생에서 바둑은 지워버리고 싶은 실패의 상흔이었다.
낙하산··· 편견과 멸시, 비웃음과 비아냥, 무시의 눈길들이 쏟아질 것이다. 쏟아져라, 받아주마. '때려라, 맞아주겠다. 그들도 때릴만 하니까 때리겠지.' 때리는 만큼 버틸 것이고 버티는 만큼 시간은 흐를 것이고 시간이 흐르는 만큼 살아남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원 인터내셔널 영업3팀 인턴. 26세, 남자.
철든 이후로 한 번도 마음 놓고 큰 소리로 웃어본 적 없는 사람, 지금은 더더욱 웃어지지 않는 사람, 언제쯤 웃어야 할지, 마음 놓고 웃을 날이 오기나 할지 확신이 없는 사람이다. 고지식. 의외로 고집이 세며 효율 중시. 패잔병이지만, 승부사로 길러진 사람. 고졸 출신, 할 줄 아는 게 다소 없지만 가르쳐 주면 잘한다. 노력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