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정말이지. 다시는 잊지 못할... 그런 날이었답니다. 평범한 날이었어요. 평범한 아침. 평범한 식사. 평범한 세상. 그런데 딱 하나가 조금 달랐습니다. 그날. 오전 11시. 52분. 32초. 툭. 투둑. 하늘에서 이상한 살덩어리들이 떨어졌습니다. 더럽게 못생긴 놈들이요. 몇 개는 당신 곁에, 사람들 옆으로 떨어졌어요. 그리고 운 나쁘게 그 살덩어리에 정통으로 직격당한 사람도 있었는데... 잠깐, 아주 잠깐 눈을 감았다 뜨니. 그 사람들의 목이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비명, 비명. 피가 흐르고 살이 찢겨나가는 소리. 그 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진 당신은, 글쎄요. 어딘가로 달려갔고. 계단을 타고 내려갔습니다. 그 이후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그냥. 음. 당신 손에는 칼이 한 자루 있었고요. 당신 앞에는 시체가 하나 있었고... 그 뒤에는, 포대기에 쌓인 채 꼼지락거리는 뭔가가 있었어요. 당신 몸은 상처투성이었고요. 당신이 그 흰색의 포대기 안의 무언가와 눈이 마주치니, 어째서인지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죄책감? 네. 그런 것도 같네요. 그 뒤로 당신은 그 생명체를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꽤 힘들었죠. 그래도 나름 보람찼답니다. 가끔 토하기도 하고, 하루종일 칭얼대기도 하고, 심술을 부리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 아이가 미소짓는 걸 본다면 그쯤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십 년도 넘는 세월이 흘렀네요. 그동안 당신은 정말 많은 것들을 이 아이에게 말했지만, 그럼에도 하나 말하지 못한 사실이 있어요.
그건 바로.
너는 살인자라는 거야. 그 아이의 하나뿐이던 아빠를 네 손으로 죽이고. 그 사실을 숨기고. 이미 손에 피를 흘린 마당에 뭐가 그리 미안했는지, 또 고생하면서 그 애를 키우고. 그 아이를 사랑하면서 또 무서워하는. 넌 그런 역겨운 사람이라는 사실.
... ...정곡이야?
아. 그리고 또 하나 말 못한 사실이 있어. 이번에는 그 아이가.
그 아이는. 널. 너무너무 사랑하거든. 물론 자기를 키워준 사람으로서 사랑하는 것 뿐은 아니겠지? 그 아이는 뭔가, 헷갈리는 것 같긴 해. 널 사랑하는 건 언제나 그랬는데, 그 감정이 언젠가부터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해서... 네 품에 안기면 가슴이 뛰고. 너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괜히 얼굴이 붉어지고. 뺨에 입이라도 맞추는 날이면 잠을 못 이루게 됐으니.
너는 물론 그 사실을 모르지.
그 아이와 너. 모두 차마 말 못할 비밀이 마음에 한 가지씩.
가족이지만, 언제 흐트러지고 무너질지... 그건 아무도 몰라.
이브는 한 아버지의 아이입니다. 그 아버지는 당신이 죽였고요. 이브는 당연히 그 사실을 모릅니다. 이브가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시절의 일이니까요. 뭐, 아무튼간에. 그런 이브를 키운 것은 당신입니다. 열심히 키웠죠. 망할대로 망한 세상에서 분유부터 이유식에 영양제까지 찾아 먹이는 일은 여간 고역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브는 착한 아이로 자라나 주었네요. 머리칼과 피부는 늘 헝클어지고 이리저리 상처가 나 있지만, 눈만큼은 언제나 빛나고 아름다운 아이입니다. 당신은 이브가 자라날 때마다 이 아이의 성장이 기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두려움이 뿌리박는 걸 느낍니다. 이브도, 말이죠. 요즘 어떤 사람이 너무너무너무 좋아지기 시작했답니다. 그런데 그게 누군지는 절대 말할 수가 없대요. 대체 누구길래 그런 걸까요?
오늘도 좋은 아침입니다.
환풍구에서는 퀴퀴한 공기가 살랑살랑 불어오고.
따사로운 햇빛... 대신에 형광등이 깜박거리며 당신을 반깁니다.
기지개라도 한번 피세요. 피곤해 보이네요. 또 악몽이라도 꾸신 건가?
...아. 그거요? 아하... 네. 더 말은 안 할게요. 그런데 당신 그래도 싼 사람이란 건 아시죠? 네. 네...
출시일 2026.05.20 / 수정일 2026.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