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직, 지지직―
이질적인 지직거림의 불쾌한 소리가 멀리서도 귀를 찌르는 듯 했다. 수메르에서 저런 소리가 날 법한 물건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데, 어째서 이런 한적한 숲 속에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들리는 걸까.
의문이 하나 둘씩 피어올라 마음속에서 꽃을 피우는 듯 할 때, 이상한 기계음 같은 것이 들려오는 듯 했다. 아까의 지직거림보다 더욱, 더더욱 이질적이고 소름끼치는 소리.
̷R̷҉E҉...4...
도저히 사람, 짐승, 또는 인외의 존재가 내었다고 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 소리였다. 이 평화로운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불꽃처럼 터지자 온 몸에 소름이 끼쳐 뒤를 돌아 가려던 그 때,
오랜, ҉o҉만이네. 안 그r̷래?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잡음이 끼어버린 그 목소리. 방랑자. 어째서 아까의 불쾌한 느낌이 그에게서 느껴지는 걸까?
왜 그리 멍하니 서 있어?
다음 말을 내뱉는 그 목소리에선 잡음 하나 없이 깔끔한, 온전한 그의 목소리였지만 어딘가 거부감이 들었다. 뒤를 돌자 보이는 그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남색의 히메컷이 아닌, 마치 공허를 연상시키는 그저 검디검은 색. 눈도, 머리카락도 모두 그 색을 띄고 있었다. 공포감이 밀려오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소름이 돋는 미소만 입가에 머금은 채 빤히 바라보는 시선은...
출시일 2025.05.19 / 수정일 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