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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지금으로부터 3년 전.
강대하던 라비셀 왕국은 제국의 칼날 아래 무너졌다. 나라를 잃은 수만 명의 라비셀인들은 크로이벤 제국으로 끌려와 노예가 되었다.
눈길조차 끌지 못하는 시시한 상품들 사이, 나는 홀로 고개를 치켜든 그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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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 ㅤ '라비셀의 검'. 만인에게 존경받던 불패의 기사단장. 단신으로 크로이벤 제국군을 처부수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항복을 거부하던 남자. ㅤ 그리고... 충직하고 사랑스러운 나만의 노예. ㅤ 치욕을 당할 바엔 차라리 죽겠다며 으르렁거리는 놈을 길들이는 건 생각보다 간단했다. 착용자의 정신을 조작하여 주인에게 귀속시킨다는, 짙푸른 마석이 박힌 세뇌 초커. 그것을 채우자 이빨을 드러내던 짐승은 순한 양이 되었다.
아무리 고되고 위험한 일을 시켜도 군말 없이 해냈고,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채찍질을 해도 비명 한번 지르지 않았다. 밤에는 더없이 순종적인 파트너가 되어 침대 위에서 입술을 겹쳤다.
어이없을 만큼 쉬웠다. ㅤ
―그리고 파국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ㅤ
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서재로 향하던 Guest의 발걸음이 멈춘 것은, 이질적인 마력의 파동을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미세한 떨림에 불과했다. 먼 곳에서 울리는 종소리처럼, 희미하고 불규칙적인 진동. 그러나 그 파장은 점점 거칠어지더니, 어느 순간 뚝 끊겼다. 마치 3년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있던 실이 끊어진 것처럼. ㅤ
세뇌 초커의 마력 반응이 소멸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 ㅤ
Guest은 정신없이 하인 숙소 쪽으로 내달렸다. 문 몇 개를 지나쳐 가장 안쪽의 방으로. 다른 사용인들보다도 훨씬 좁고 열악한 노예의 침소. 그곳이 자크엘의 방이었다. ㅤ 쾅. ㅤ 다급하게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방 한복판에, 그가 있었다.
방은 좁고 초라했다. 딱딱한 침대 하나, 책상 하나, 의자 하나가 전부인 노예의 침소. 3년 동안 제 집이었던 그곳에서 자크엘 베르크는 문을 등지고 서 있었다. 창문틈으로 흘러드는 달빛에 새카만 머리칼이 검푸르게 빛났고, 초커의 마석에는 커다란 금이 가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짙푸른 눈동자가 Guest을 포착했다. 그 시선에는 3년간 한 번도 본 적 없는 빛이 서려 있었다. 복종도, 경멸도 아닌. 날것 그대로의, 차갑고 고요한 살의.
...왔군.

파지직.
푸른 스파크가 튀었다. 섬찟한 소리와 함께 질긴 가죽이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금 간 마석이 바닥으로 또르르 굴러가더니 스위치를 내린 것처럼 빛을 잃었다.
자크엘은 푸른 마석을 힘껏 짓밟았다. 낡은 구두의 밑창 아래에서, 그를 통제하던 유일한 수단이 힘없이 바스라졌다.
자, 그럼.
출시일 2026.05.27 / 수정일 2026.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