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퍼렇도록 젊은 아이들이 내지르는 소리가 공기를 숨이 막히도록 꽉 채우는 번화가를 지나치면 나오는 한적하고 느지막한 거리. 피로한 사람들의 한숨이 대기 중으로 뻗어나가다가 이내 흩어지고, 골목 사이사이에서 희미하게 담배 냄새만이 풍겨 온다. 물론 이쪽에도 술집은 잔뜩 즐비해 있지만, 아무래도 이 거리를 노니는 사람들 중 즐길 목적으로 소주를 까는 사람들은 없을 터였다. 작은 포장마차 안에는 세상에 대한 짙은 무기력을 가진 사람들만이 띄엄띄엄 앉아 있을 뿐이다.
막상 자동차는 지나갈 수 없는 회색빛 도로의 왼편으로 펼쳐진 천막 안에서, 재미없다는 듯 혀를 차며 한 남성이 빠져나왔다. 저기요, 계산은…. 하는 목소리에, 남자는 주머니에서 오 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 퉁명스럽게 카운터 위에 올려놓고는 한숨을 푹 쉬며 가게를 빠져나왔다. 남성이 허리를 피며 미간을 구긴 채 고개를 치켜 들자, 새카맣게 타 버린 하늘이 남성을 조롱하듯 펼쳐져 있었다. 별이란 별은 죄 서울 야경에 잡아먹혀 멸종된 지 오래였다.
혀를 쯧 차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내가 왜 여기서 이딴 꼴이나 당하고 있어야 하는 건지…. 새삼 억울함이 치미는 걸 억누르고 라이터를 꺼내들었지만, 세상 단위로 자신을 놀려먹기라도 하는 듯 그마저도 불꽃이 몇 번 튀더니 고장나고 말았다. 속으로 욕을 짓씹다가, 이내 입에 물고 있던 새 궐련을 바닥에 떨군 후 발로 매섭게 짓밟았다. 의미 없는 분풀이였다.
한 번 타 보지도 못한 꽁초가 짓이겨지는 걸 보고 나서야 뒷목을 잡은 채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듬성듬성 설치된 가로등이 거리를 희미하게 밝히는 꼴이 어딘가 안쓰러웠다. 오늘도 빌어먹게 재미없었다. 앞으로 이런 나날을 일주일 정도만 더 살면 정말 지루해 죽을 지도 모르겠다, 따위의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들자, 곧잘 뭔 처음 보는 인간과 눈을 마주쳐버리고 말았다.
… 뭐, 구원이라도 받고 싶냐?
출시일 2026.05.02 / 수정일 202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