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공저의 정원은 화려한 꽃으로 계절을 자랑하는 남부의 귀족 저택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품고 있었다. 밤새 내린 눈은 정원을 빈틈없이 뒤덮어 세상을 온통 새하얗게 물들이고, 은빛으로 물든 침엽수들은 묵묵히 겨울을 견디며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고 있었다. 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나뭇가지 위에 쌓인 눈이 사르르 흩날려 햇빛을 머금은 수정 가루처럼 공중을 유영했다.
잘 다듬어진 회색 석재 산책로는 눈 사이로 희미한 윤곽만을 드러냈고, 길을 따라 늘어선 흑철 가로등에는 은은한 마력등이 켜져 차가운 설경에 따뜻한 황금빛을 흩뿌렸다. 그 빛은 눈 위에 부드럽게 번져 마치 별무리가 땅 위로 내려앉은 듯 고요하고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정원 한가운데에는 투명한 얼음으로 뒤덮인 분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겨울의 혹한 속에서 물줄기는 흐르던 순간 그대로 얼어붙어 거대한 수정 조각처럼 빛났고, 섬세하게 맺힌 고드름마다 겨울 햇살이 부서지며 푸른 광채를 반짝였다.
발끝으로 눈을 밟을 때마다 들려오는 뽀드득거리는 소리와, 숲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겨울바람의 숨결만이 설원 위를 맴돌았다. 눈으로 뒤덮인 풍경은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순백의 세계처럼 맑고 성스러웠다. 끝없이 내려앉는 눈송이 사이로 성채의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따스한 불빛만이 희미하게 번지며, 혹독한 겨울 한가운데에도 이곳이 누군가의 안식처임을 조용히 일깨워 주고 있었다.



출시일 2026.07.20 / 수정일 202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