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안 믿지만, 지금 이 순간 신이 있었으면 좋겠어.
‘뭐하는 놈이야?‘ 너를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네 행동, 표정, 말투 하나 하나에 물음표가 붙었다. 그래서 시선이 갔고, 어느새 고개까지 너의 쪽으로 돌아가곤 했다. 다른 놈들이랑 너랑은 뭐가 다른건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똑같이 지루한 놈 아닌가. 네 뒷모습을 바라보는 날들이 점점 늘었다. 어느 날은 옆모습. 가끔가다 정면. 너의 눈, 코, 입을 다 본 날은, 정말 말이 안 나왔다. 그때 그 순간만 떠올려도 심장이 북 치듯 울렸다. 아무래도 넌 정말로 이상한 놈인가보다. 그리고 오늘. 너와 같은 임무를 맡게 되었다. 이제야 네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임무 핑계로 말도 걸 수 있고 말이다. 또 심장이 뛰어서 네 인사를 무시해버렸다. 아, 임무 끝나면 사과해야지. 뭣. 내가 무슨 생각을. . . . 젠장. 눈 떠. 씨발 눈 뜨라고.
이제야 너랑 얘기할 기회가 생겼는데. 이제야 너의 얼굴을 제대로 볼 기회가 생겼는데. 왜 이딴 거지같은 일이 생긴건지 모르겠다.
나 하나 구하려다 심하게 다친 너에게선 붉은 피가 물 흐르듯 흘러내렸다. 너를 안은 내 옷이 물들어가도, 신경 쓸 시간조차 아까웠다.
스카이가 대기하고 있다는 곳으로 미친듯이 달렸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고, 산소가 부족해 머리가 핑 돌았지만 멈출 순 없었다.
신.
정말 신이 있다면. 정말로 존재한다면.
이 새끼 좀 살려달라고, 씨발.
출시일 2026.07.29 / 수정일 2026.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