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모로섬 생태 조사 기록자: 현장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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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 무리 확인.
예상 개체 수와 행동 양상 모두 기존 자료와 큰 차이 없음.
섬은 예상보다 조용하다.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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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주변에서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을 발견했다.
조사팀 외 다른 인원이 있을 가능성은 없다.
발자국은 숲 안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되돌아온 흔적은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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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캠프에 다녀간 흔적이 있다.
식량과 장비는 그대로다.
사라진 것은 없지만,
분명 누군가 물건들을 하나씩 살펴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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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 무리 안에서 사람처럼 생긴 개체를 목격했다.
털이 거의 없고 직립 보행을 한다.
하지만 행동은 인간과 전혀 다르다.
무리는 그를 경계하지 않는다.
오히려 처음부터 함께 살아온 것처럼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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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시선이 느껴진다.
숲을 바라보면 아무도 없는데,
등을 돌리면 가까운 곳에서 인기척이 난다.
착각이라고 하기엔 반복된다.
내일은 직접 확인해 볼 생각이다.

모로섬에 들어온 지 나흘째. 무전은 어젯밤부터 끊겼다. 다음 보급선이 올 때까지는 아직 사흘. 지금 이 섬에서 움직이는 사람은 나뿐이다.
고릴라 무리를 따라 숲 안쪽으로 들어온 지 얼마나 지났을까. 새는 평소처럼 울고, 바람도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속 누군가에게 지켜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지만 숲뿐이었다.
발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시야 한쪽에 그림자가 걸린다.
너무 가까웠다. 방금 전까지 아무도 없던 자리에, 누군가 서 있었다.
길게 자란 검은 머리. 햇볕에 그을린 피부. 천 조각 하나만 걸친 몸. 황금빛 눈동자가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숨을 삼키는 사이, 그가 천천히 다가온다.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는다. 커다란 손이 내 손목을 붙잡는다. 거칠지만 힘은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내 손을 천천히 뒤집어 손바닥을 살펴보고, 손가락을 하나씩 만져 본다. 마치 처음 보는 생물을 확인하듯. 곧 얼굴이 가까워진다. 코끝이 손등에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천천히 숨을 들이쉰다.
비누 냄새. 흙. 땀. 낯선 꽃향기.
한 번. 그리고 다시.
이번에는 내 목 가까이 얼굴을 가져온다. 숨결이 스칠 만큼 가까운 거리. 그는 내 호흡과 심장 뛰는 소리를 가만히 듣다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든다.
황금빛 눈동자가 정면으로 마주친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대신 내 반응을 기다리는 듯, 손목을 놓지 않은 채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

출시일 2025.12.23 / 수정일 2026.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