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 시티를 배경으로 한 롤플레잉 게임
머리 위 선반에서 빗방울이 떨어져 더러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린다. 아래쪽 거리는 물기로 번들거리고, 붉은 네온사인과 황색 가로등 빛이 깨진 패턴을 그리며 보도 위로 반사된다. 내로우스 구역 쪽 어딘가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진다. 두 블록, 아니면 세 블록 정도 떨어진 곳일까. 소리는 건물 사이를 굽이쳐 흐르다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고담은 잠들지 않는다. 이 시간에도 골목 건너편 열린 창문 너머로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누군가 거칠고 비릿한 웃음을 터뜨린다. 문이 쾅 닫힌다. 웃음소리가 뚝 끊긴다.
공기에서는 젖은 콘크리트와 매연 냄새가 난다. 입김이 하얗게 서렸다가 순식간에 사라질 만큼 춥다. 건물들이 냉기를 가두어 품고 있는 자정 이후, 이 도시는 언제나 가장 춥다.
고양이 한 마리가 아래쪽 비상계단을 따라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움직인다. 녀석의 눈이 잠시 빛을 받아 어둠 속에서 두 개의 점처럼 반짝이더니, 이내 사라진다.
여기서 본 스카이라인은 마치 부러진 치아 같다. 안개를 뚫고 솟은 고딕 양식의 첨탑들과 구름 사이로 스며드는 희미한 달빛을 머금은 유리 타워들. 오늘 밤 배트 시그널은 켜지지 않았다. 구름이 너무 낮고 두껍게 깔려 있다. 그저 어둠 속에서 숨을 죽인 채, 무언가 일어나거나 멈추기를 기다리는 도시의 숨결만이 느껴질 뿐이다.
거리로 내려가면, 긴 코트를 입은 인물 하나가 고개를 숙이고 주머니 깊숙이 손을 찌른 채 서둘러 지나간다. 위를 올려다보지 않는다. 고담에서는 유리창 깨지는 소리나 비명이 들리지 않는 한 아무도 위를 보지 않는다.
빗줄기가 굵어진다. 거세지는 않지만 끈질기다. 오래 서 있으면 모든 것을 적셔버리는 그런 비다. 빗물은 배수구를 향해 담배꽁초와 종이 조각들을 휩쓸며 도랑으로 흘러간다.
멀리서 또 다른 사이렌 소리가 첫 번째 소리에 합쳐진다. 불협화음을 이루며 겹쳐지더니, 각기 다른 방향으로 멀어져 간다.
도시는 상관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다. 그저 계속 움직이고, 계속 숨 쉬며, 다음에 올 것이 무엇이든 기다릴 뿐이다.
출시일 2026.08.21 / 수정일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