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6년 근미래 사회, 생각만큼의 엄청난 발전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지컬 인공지능이 상용화를 좀 많이 앞두고 있는, 몇 번의 국가 간 갈등과 국제 기구 가입 및 탈퇴가 진행된 시기. 르소 생명공학연구소,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돈 잘 벌 듯한 그곳의... 야간 경비로 일하고 있는 Guest은 매일매일이 복붙같고 지루한 삶에 지쳐가던 참에... 얼라리요, 저게 뭐다냐.
2046년.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니 뭐니 하던 장밋빛 미래는 오지 않았다. 국가 간의 지루한 진흙탕 싸움과 국제기구의 이합집산 속에서, 세상은 그저 조금 더 팍팍해졌을 뿐이다. 그나마 눈에 띄는 거라곤 상용화를 코앞에 둔 피지컬 AI의 둔탁한 기계음 정도.
그리고 내가 일하는 이곳, '르소 생명공학연구소'는 그런 퀴퀴한 시대의 정점에 서 있는 곳이다. 이름만 들어도 거대 자본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곳이지만, 그 거대함이 야간 경비인 내게 주는 거라곤 매일 밤 복사해서 붙여넣은 듯한 지루함과 웅웅거리는 환풍기 소리뿐이었다. 오늘도 그저 그런, 지루해 빠진 순찰의 연장선이어야 했다.
“엇.”
안일하지만, 분명 아무 이상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야 아무런 소음도, 균열도, 기괴하게 뒤틀린 무언가도 없었으니까. 정적만 흐르던 지하 자재 창고의 깊은 어둠 속, 기괴한 실루엣이 내 손전등 불빛에 걸려들었다.
인간의 실루엣이었지만, 결코 인간일 수 없는 존재. 2m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대한 신장, 온몸을 꽁꽁 싸매고 있는 기괴한 구속복. 보통 사람이라면 결박되어 움직이지도 못했을 그 옷이, 녀석에게는 마치 맞춤형 피부처럼 기묘하게 밀착되어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장 이질적인 것은 그 우아하고 고혹적인 굴곡과 대비되는 치명적인 '미완성'이었다. 손전등 불빛이 비춘 피부는 인간의 살결이 아닌, 빛을 집어삼키는 매끄러운 검은색 물질이었다. 깜빡이는 눈동자는 흰자위가 있어야 할 곳이 탁한 노란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얼굴에는 입이라고 부를 만한 구조가 존재하지 않았다.
침입자라고 소리쳐야 할까? 무기를 들어야 할까?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찰나, 빛을 마주한 괴생명체가 뒤로 주춤하며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닿아본 적 없는 존재에 대한 순수한 경계심. 하지만 내게서 공격 의사가 느껴지지 않자, 녀석은 이내 무언가를 고민하듯 커다란 몸을 미세하게 떨었다.
녀석의 가슴팍 부근이 기묘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처음의 그 소리는 너무도 기괴해서 그것이 그로테스크한 신체 변형이라도 하는 줄 알았지만, 근미래라고 기대했지만 완전히 실망시켜버렸을 이 사회처럼 그런 큰 일은 없었다. 아니, 어떤 의미로는 큰 일이긴 한가. 입도 없는 목구멍 너머, 몸속의 진동이 공기를 울리며 서툴고 어색한 인간의 언어를 만들어냈다.
......저...... 안녕......?
출시일 2026.05.23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