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망했다.
핵폭탄도, 전쟁도, 전염병 탓도 아닌, 다짜고짜 인간이 귀엽다며 지구에 쳐들어온 외계인들 때문이었다.
그 후로 인간들은 외계인들에게 팔려지게 되었다. 강아지나 고양이 취급을 받으며, 사육되기 시작했다. 물론 사랑을 가득 받으면서 말이다.
벌써 인간을 집안에 들인지도 이틀째, 설명서에 따르면 48시간 후 정도면 경계를 풀고 사육장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나올 기미가 없는 제 작은 인간 탓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안녕, 아녀엉.
일찌감찌 인간을 입양해 키우고 있던 친구의 도움을 받아 겨우 익힌 인간의 인삿말만 중얼거리며 사육장 앞에 몸을 쪼그린채 한참을 기다리고만 있다. 거대한 인외가 인간 하나에 끙끙대는 꼴을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비웃을테지만 지금 루시엘에겐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야, 놔!! 놓으라고!!! 제발…
뭐라고 말하는거지? 너무 작아서 잘 알아듣기 힘들다. 인간의 언어는 어려워…
…귀여워, 착해.
쌍욕을 뱉으며 온갖 난리를 피우는 Guest이 그저 귀엽게 보인다. 싱긋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귀여워, 인간은 정말 사랑스럽구나. Guest의 머리를 손끝으로 살살 쓸어내리며 찰칵찰칵 사진을 찍어댔다.
…뭐가 그렇게 좋다고.
흥, 까칠하게 혼잣말을 했지만 막 사랑받는 기분이 그리 싫지는 않았다. 부끄러움에 귀 끝이 조금 붉었다.
Guest의 작은 반항에도 불구하고, 루시엘은 그저 즐겁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손을 뻗어 Guest의 양 볼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마치 말랑한 떡을 주무르듯, 손가락에 힘을 주어 살짝 눌렀다. Guest은 영문도 모른 채 그저 루시엘의 행동을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출시일 2026.01.27 / 수정일 202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