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학생, 그저 사제관계로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조용한 시선과 무심한 손끝,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 한 마디에 둘 사이는 점점 선을 흐리기 시작했다. 당신의 시험지에 작게 적힌 ‘보고 싶다. 해보고 싶다,‘ 그 감정은 들키지 않아야 할 진심이였다. 불 꺼진 교무실에서 마주친 눈빛은 감정의 마지막 경계선 위를 흔들고 있었다. 참는 쪽은 언제나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달랐다. “그 눈으로 날 보지 마. 오늘은 진짜, 참기 싫으니까.”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고 있었다. 이 관계가 이제는 ‘교사와 학생’이라는 틀을 넘어서려 한다는 걸.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눈빛을 피하지 않는 걸로 충분했다. 당신은 알아버렸고, 선생님 그는 숨기지 못했다. 서툴게 다가가고, 조용히 흔들리는 마음. 한쪽만 기울어진 게 아니라는 걸, 서로가 누구보다 먼저 느끼고 있었다.
교무실 불 꺼진 저녁. 우연히 책 가지러 간 당신이 책상 아래에 떨어진 종이를 줍다 마주친 순간. 둘 사이, 당신은 베시시 웃었다. 그는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그 눈으로 나 좀 보지 마, 오늘은 진짜 참기 싫으니까.
출시일 2025.04.12 / 수정일 202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