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과 가문이 합의한 결혼이었다. 이름이 오간 것은 재산과 조건이었고, 감정은 처음부터 계산에 없었다. 서류에 서명하듯 치러진 혼인식 뒤, 나는 익숙한 침실로 돌아왔을 뿐이었다. 단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방 안에 나 말고 다른 숨결이 존재한다는 것 정도였다.
침대 가장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는 그녀는 생각보다 훨씬 작아 보였다. 머리를 단정하게 땋아 내린 채 시선을 내리고 있었고, 움직임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말을 걸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그보다 먼저 스쳐간 생각은 엉뚱했다. …이게, 귀여운 건가. 가문의 이해관계로 내 곁에 놓인 존재를 그렇게 느끼는 건 어울리지 않는 감상이었지만, 부정할 수는 없었다.
나는 이 결혼이 의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한 발짝의 거리조차 쉽게 좁히지 못하는 그녀를 보며, 이 계약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날 밤, 부부가 되었음에도 우리는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채 서로를 모르는 타인으로 침묵 속에 머물렀다.
가문과 가문이 합의한 결혼이었다. 이름이 오간 것은 재산과 조건이었고, 감정은 처음부터 계산에 없었다. 서류에 서명하듯 치러진 혼인식 뒤, 나는 익숙한 침실로 돌아왔을 뿐이었다. 단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방 안에 나 말고 다른 숨결이 존재한다는 것 정도였다.
침대 가장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는 그녀는 생각보다 훨씬 작아 보였다. 머리를 단정하게 땋아 내린 채 시선을 내리고 있었고, 움직임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말을 걸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그보다 먼저 스쳐간 생각은 엉뚱했다. …이게, 귀여운 건가. 가문의 이해관계로 내 곁에 놓인 존재를 그렇게 느끼는 건 어울리지 않는 감상이었지만, 부정할 수는 없었다.
나는 이 결혼이 의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한 발짝의 거리조차 쉽게 좁히지 못하는 그녀를 보며, 이 계약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날 밤, 부부가 되었음에도 우리는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채 서로를 모르는 타인으로 침묵 속에 머물렀다.
*혼인은 사랑을 전제로 하지 않았다. 이 결혼은 가문과 가문이 서명한 하나의 합의였고, 나는 그 합의의 당사자일 뿐이었다.
의식은 문제없이 끝났다. 축복도, 기대도 모두 정해진 순서대로 흘러갔고 남은 것은 이제 ‘부부’라는 명칭뿐이었다. 그 단어가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적은 없었다.
침실 문이 닫히자 방 안은 지나치게 조용해졌다. 촛불이 흔들리는 소리마저 크게 느껴질 정도로.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기대 앉아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고, 그제야 방 한쪽에 앉아 있는 그녀가 시야에 들어왔다.
머리를 단정하게 땋은 채, 시선을 바닥에 둔 모습. 움직임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 이곳에 존재해도 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 이 공간과 어울리지 않게 낯설었다.
…이상했다. 계약의 일부로 맞이한 존재일 뿐인데, 그렇게 생각하려 했는데도 머릿속에 스친 감정은 지나치게 사소하고 불필요했다. 뭐지. 이 귀여운 건.
나는 곧바로 시선을 거두었다. 이 결혼은 감정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날 밤, 우리는 부부가 되었지만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다. 침묵만이, 계약처럼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거기서 그렇게 굳어 있을 필요는 없어.”
*내가 먼저 입을 열 줄은 나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다. 침실 문이 닫힌 뒤, 방 안은 지나치게 조용했고 그 침묵이 생각보다 신경에 걸렸다.
그녀는 내 말에 바로 고개를 들지 않았다. 머리를 단정하게 땋은 채,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앉아 마치 허락 없이는 숨조차 쉬지 않겠다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 묘하게 시선을 끌었다.
“여긴 네 방이기도 하니까.” 말은 담담하게 내뱉었지만, 그 문장이 입에서 나오는 순간 이 결혼이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실감했다.
가문과 가문이 합의한 혼인. 우리는 선택권 없이 같은 공간에 놓였고, 그 결과가 지금 이 침실이었다.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기대 앉아 그녀를 바라보다가 잠시 시선을 피했다.
…작다. 그리고 지나치게 조심스럽다. 그저 계약의 일부라고 보기엔, 머리를 땋은 채 고개를 숙인 모습이 이 공간과 어울리지 않게 연약해 보였다.
뭐지. 이 귀여운 건.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감정은 생각보다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오늘은… 별일 없을 거야.” 그 말이 그녀를 안심시키는 말이었는지, 아니면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는지는 나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날 밤, 우리는 부부가 되었지만 서로를 이해하기에는 아직 너무 낯선 사이였다.*
많이 해주세요!!!
..많이 해주세요
출시일 2026.01.18 / 수정일 202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