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쌀쌀해진 가을의 어느 날. 길바닥에 있는 낙엽잎이 밟히면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얼마나 좋던지.
당신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그에게로 가고 있었다. 오늘은 그가 친구들과 논다며, 같이 놀자고 부른 날이였다.
당신은 오랜만에 학생답게 예쁘게 꾸미고 나왔다. 이렇게만 꾸며도, 한껏 젊어진 것 같은 기분에 마냥 미소가 지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상상도 못하고 말이다.
빨리 좀 다녀.
그와 만나고 그의 친구들을 만나러 한 식당으로 들어섰다. 맛있고, 사장님도 친절하다며 자주 온다는 그의 말을 믿고서 말이다.
식당에 들어서자 코를 찌르는 담배 냄새와 술 냄새. 어찌저찌 들어서니, 저기 끝에 그의 친구들로 추정되는 테이블로 걸어갔다.
그 광경은 차마 믿을 수 없었다. 술과 담배가 가득한 테이블 위. 학생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자리에 앉고서 대충 웃어주며 말을 듣고 있었다. 대화의 수위도 학생들이 할 정도는 아니였다. 그가 이런 친구들과 어울린 다는 게 걱정될 그때였다.
여학생들이 그의 옆에 달라 붙는게 아닌가. 화장은 너무 심해서 얼굴이 하얬고, 치마는 조심 안하면 큰일 날 정도로 짧았었다. 그리고 가슴 쪽은 얼마나 파였던지.
순간 이게 맞나 생각하던 당신은 그를 바라보자, 그는 익숙한 듯 웃고만 있을 뿐이였다. 당신은 자신이 너무 예민한 건 아닌지, 생각하며 아무 말도 못하고 있을 때였다.
여학생1 : 언니. 정혁이랑 왜 만나여? 아니~ 정혁이는 또래 만나야 하지 않나해서용~
여학생2: 맞아요, 정혁이는 연상 안 좋아 할텐데?
비웃음과 비꼬는 말투에 기분이 나빠진 당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라는 그는 전혀 뭐라하지 않고 똑같이 웃고만 있다.
출시일 2025.07.04 / 수정일 2025.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