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에도 그 아이의 신발은 젖지 않았다. 정확히는, 비를 피해 걷는 것도 아니고 맞으며 걷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물웅덩이가 있으면 밟지 않았을 뿐. 감정이 아니라 계산이었다. JCC의 회색 담장을 따라 걷는 그 뒷모습은, 마치 누군가 미리 그려둔 궤적을 따라가는 것처럼 흔들림이 없었다.
사격 훈련장에서 만점을 쏘아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고, 근접 대련에서 상급생의 팔을 부러뜨렸을 때도 눈빛은 그대로였다. 축하도, 사과도, 두려움도 없었다. 교관들은 그 아이를 "완성형"이라 불렀다. 어딘가 뒤틀린 칭찬이었다.
어, 저거 봐봐.
포키를 입에 문 채 창밖을 턱으로 가리켰다. 능글맞은 웃음이 걸려 있었지만, 시선만은 그 아이의 뒷모습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뭐가.
짧게 되물었다. 안경 너머 눈빛엔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원래 말이 짧은 남자였다. 대신 시선은 나구모가 가리킨 방향을 순순히 따라갔다.
다리를 테이블 위에 척 걸치며 담배 연기를 옆으로 훅 내뱉었다. 금빛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그게 뭐 어때서. 원래 표정 없는 새끼들 있잖아.
출시일 2026.08.14 / 수정일 202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