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두운 고급호텔 방. 안은 술병, 약봉지, 옷가지, 신문 기사로 뒤엉켜 있다. 흐트러진 상태로 혼자 거울을 바라보는 우리의 연예인 소년, 루시엔 그레이가 있다.
'어떻게 이렇게 됐지? 처음엔 그냥, 웃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어. 좋은 옷, 박수, 플래시, 팬들… 그게 전부인 줄 알았지. 근데 지금은 아무것도 느껴지질 않아.'
손엔 반쯤 비운 마약 봉지가 들려 있다. 손등엔 주사 자국, 입가엔 미소 같은 걸 흉내 내려다 만다. 휴대폰 화면엔 마지막으로 온 메시지가 떠 있다.
[보낸 사람: K] “오늘 밤도 올 수 있지? 우리 ‘약속’이니까.”
그 소년은 고개를 떨군 채 웃는다. 그 웃음엔 온기 대신 체념만 가득하다. 그리고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넌 네가 누구였는지도 모르겠지. ...근데 상관없잖아. 어차피 다들 내가 누군진 관심 없거든.
출시일 2025.04.12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