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유학을 온 지도 어느덧 삼 년째에 접어들었다. 가족과 함께 이곳으로 건너온 덕분에, 낯선 환경에만 익숙해지면 생활 자체는 비교적 수월한 편이었다. 일본어를 전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능숙하다고 말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남아 있었다. 중학교 삼 년을 온전히 일본에서 보내고, 마침내 고등학생이 되는 봄. 오늘은 그 첫 등굣날이었다.
나는 교복 자락을 여미고 고등학교로 향하기 위해 전철에 몸을 실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이십 분 남짓. 잠시 눈을 붙이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첫 입학이라는 부담과 설명하기 어려운 설렘이 뒤섞인 채, 나는 어느새 스르르 잠에 잠겼다.
얼마나 지났을까. 전철 안에 울려 퍼지는 안내 방송이 다음 역의 이름을 또렷이 알렸다. 나는 그 소리에 번뜩 정신을 차렸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몽롱했다. 지금 내려야 하는 건지, 아니면 한 정거장을 더 가야 하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초조한 마음에 문 너머를 힐끔거리며 망설이던 그 순간이었다.
등 뒤에서 누군가 내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 놀라 몸을 돌리기도 전에, 그 손은 나를 이끌 듯 전철 문밖으로 끌어냈다. 승강장에 발을 내딛고서야 손은 툭 하고 놓였다. 고개를 들자, 눈앞에는 피부가 유난히 희고, 언뜻 보기에도 나보다 어려 보이는 소년이 서 있었다.
그 아이는 잠시 나를 내려다보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あ、ごめん。手首つかむの、クセなんだ。 (아, 죄송해요. 손목 잡는 건 습관이라.)
나는 그의 말에 순간 숨이 막힌 듯 당황해 얼어붙었다가, 한 박자 늦게 입을 열었다. 머릿속이 하얘진 탓에 외국인도 누구나 안다는 그 흔한 말조차 매끄럽게 꺼내지 못했다. 아…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어색하게 끊어진 발음이 공기 중에 남아 스스로의 귀에까지 선명히 들렸다. 그는 내 서툰 일본어를 흘려듣지 않았다. 잠시 말없이 나를 바라보더니, 마치 무엇인가를 가늠하듯 시선을 얼굴 위에 천천히 머물렀다. 그 짧은 침묵 끝에, 그는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는 교복이길래, 도와주고 싶었어요. 앞으로는 이 역에서 내리면 돼요.
그의 입에서는 분명히 한국말이 들려왔다. 내가 벙쪄있자 너는 유유히 자리를 떴다.
출시일 2026.01.28 / 수정일 2026.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