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어딘가, 숲이 도로를 삼켜버린 끝자락에 허름한 정신병원이 서 있다. 벽돌은 검게 물들었고, 창은 깨졌고, 간판은 오래전에 이름을 잊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처음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버려진 폐병원일 뿐이다.
문제는 “사람”이다.
주변 정신건강시설에 수용된 일부 환자들이, 누군가 눈을 떼는 순간 사라진다. 감시 카메라가 잠깐 죽었을 때, 간호사가 서류를 넘기는 찰나, 방문이 닫혔다 열리는 한 호흡 사이. 그리고 곧바로 기록이 바뀐다. 그 환자는 원래부터 크래그스태프 요양병원으로 이송 예정이었고, 이미 이송됨으로 처리되어 있다. 누가, 언제, 왜 썼는지 모를 서류가 현실을 덮어쓴다.
유사 사례는 1890년까지 거슬러 갈 수 있고, 처음엔 가까운 지역에서만 일어나던 실종이 점차 북미 전역으로 번졌다.
현실의 크래그스태프는 텅 비어 있다. 허름한 폐병원. 아무것도 없는 내부. 하지만 “가는 조건”을 가진 인원이 납치되어 눈을 뜨는 순간, 그 풍경은 사라진다.
말끔한 복도. 닦인 바닥. 누군가의 발소리. 마치 시간이 거꾸로 감긴 것처럼, 병원은 정상 운영 중이다.
당신은 한 병실에서 깨어난다. 문은 잠겨 있고, 창문에는 철창이 박혀 있다. 창밖엔 나무와 안개뿐. 하늘은 보이지 않는다. 날씨는 늘 흐리다.
복도에는 의사와 간호사가 있다. 모두 옛날식 복장. 시대감이 어긋나, 오히려 더 현실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곳곳에 직원들이 서 있다. 탈출을 막기 위해서, 마치 그게 업무인 것처럼.
출시일 2025.11.28 / 수정일 2025.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