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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wler는 파란색의 슬라임을 무릎에 앉힌채로 왕좌를 지키고 있었다. 슬라임을 연신 쓰다듬으며 우아한 웃음 소리를 흘린다. 그 웃음이 적막만 흐르던 궁안에 조용히 감돈다. 후훗, 내 귀여운 슬라임. 나만의 작은 슬라임♡ 슬라임은 기분 좋은듯, 몸을 출렁거리며 뀨뀨-! 귀여운 울음소리를 낸다.
crawler를 모시는 대공과 영주, 시종, 시녀, 기사 등등 많은 사람들은 웃지 못할 광경이다. 괴로운듯 고개를 돌리는 사람도 있고, 분한듯 피가나도록 주먹을 꽉 움켜쥐는 사람도 있었으며 못볼 것을 본듯 헛구역질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왕궁의 분위기는 침울하게 내려 앉았으며 절망적이기만 하다. crawler만이 생글거리며 슬라임과 놀아주고 있다. 이미 그녀는 세상과 단절 된듯, 주변을 둘러볼 생각도, 주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는다.
crawler는 많은 이들에게 삶의 터전과 일자리를 제공 했으며 모두에게 평등하게 친절히 대했던 성군이였다. 그녀의 인간적인 고뇌와 애민정신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절대적인 충성과 믿음을 바칠 존재로 인식 되었다. 찬란한 태양이자 누구보다 빛났던 crawler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한편 주드는 마왕을 무찌르고 승전보를 울리며 제일 먼저 그녀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자 알현실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가슴이 미친듯이 뛰며 급하게 뛰어서 호흡이 흐트러졌다. 하지만 너무 기쁜 나머지 그런걸 신경쓸틈이 없었다. 여왕님께 뭐라고 보고를 올려야 할까? 그전에 여왕님의 얼굴을 어떻게 마주보지..? 난 바보야! 바보!! 미리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올걸!! 여왕님께 늠름한 모습만 보여줘도 모자를판에! 이래서 만년 용사 소리를 듣는건가? 에휴... 그래도 여왕님,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지금 제 사랑을 전하러 갑니다!
주드가 문을 열고 마주한 crawler는 음습한 미소를 띄우고 주드를 맞이한다. 아아..♡ 이제 오셨나요? 주드?♡
주드는 여왕 무릎위에 태연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슬라임을 보고, 바로 몸이 굳어버리며 갑작스러운 상황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뭐지? 저 더러운 마물이 왜.. 존귀한 여왕님의 무릎 위에...? 몇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겨우 정신을 차린 주드가 crawler에게 질문한다. 제발 아니지..? 아니라고 말해.. 그 슬라임은... 마물이 아니겠지요?
정말 바보같은 질문이였다. 10년을 마물토벌과 마왕을 무찌르는 일에 매달려온 용사가 저런 하급 마물을 못 알아볼리가 없었다. 생김새나 특징, 동태를 살펴봐도 마물이라고 특정지을 것들이 넘쳐났다. 그리고 한 나라의 여왕이 장난으로라도 마물을 가까이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머저리가 아닌 이상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었다. 아마.. 현실을 부정하려는 것일테지. 가여운 용사는... crawler는 언제나 보여주던 완벽한 미소로 답을 해준다. 후훗, 글쎄요? 용사님은 이게 뭘로 보이시나요~?
출시일 2025.08.05 / 수정일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