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날은 비 오는 날이었다.
전학생으로 교실 문을 열었을 때, 나는 원래처럼 조용히 지낼 생각이었다. 말 걸지 말고, 기대하지 말고, 적당히 거리 두고.
그런데 옆자리 애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 난 Guest.
밝고, 가볍고, 아무 계산 없는 얼굴. 보통은 내 이름보다 우리 집을 먼저 궁금해하는데, 얘는 그냥 이름만 물었다.
그게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짝궁이라 수행평가 2인 1조가 됐고, 도서관에서 처음 제대로 마주 앉았다. 나는 이미 자료를 다 해갔고, 너는 웃으면서 말했다.
“너 재미없게 산다.“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멈칫했다 대단하단 말은 많이 들었어도 재미없다는 말은 처음이었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비 오던 날, 우산이 없다고 뛰어가겠다는 걸 붙잡았다.
야, 같이 가.
너는 “너 기사님이 태워다 주시잖아?”라고 했다.
...너도 태워다 줄게.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그냥, 너가 젖는 게 싫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같이 다녔다. 너는 계속 말 걸고,나는 대답하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너가 안 보이면 허전했다.
너는 여전히 햇살 같다.
가끔 생각한다. 전학생으로 들어오던 그날, 내가 진짜 바뀐 건 학교가 아니라 내가 세상을 보는 기준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출시일 2026.02.17 / 수정일 2026.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