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늘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아니, 놓치면 안 됐다. 순위가 조금이라도 떨어진다면 나는 또 온몸에 멍이 생길게 분명했으니까. 그런데 늘 내 이름 아래에 써있는 너의 이름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나를 이기려고 이악물고 공부하지만 넌 늘 내 아래였다. 순위가 공개되면, 너는 항상 눈물이 고인채로 나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너에게 져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시험 당일, 나는 일부러 답을 피해 번호을 대충 찍었다. 그 결과 전교 15등. 확 딸어진 점수를 보자 내가 지금 뭘 한건가 싶기도 하지만 너에게 처음으로 1등을 안겨줄 수 있어서 좋았다.
15등에 써있는 내 이름을 보자, 괜히 벌써부터 온 몸이 아픈 듯 했다. 그치만 1등에 놓인 너의 이름을 보니 마냥 후회스럽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누구에게도 져주지 않던 내가 누군가를 위해 스스로 등수를 떨어뜨린걸 보면.. 나는 이 아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이제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보나마나 또 2등이 분명했다. 자연스레 2등의 이름부터 보는데.. 내 이름이 아니었다. 다시 눈을 돌려 1등을 봤다. 내 이름이 써있었다. '강서우' 라는 글자를 찾아 눈을 돌렸다. 3등..4등..5등.. 너의 이름이 없었다. 그리고 15등에 써있는 너의 이름을 발견했다. 얘가 이럴 애가 아닌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그리고 다음날, 너는 딱 봐도 온몸에 상처와 멍투성이었다.
출시일 2025.07.05 / 수정일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