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조 고등학교의 아침, 길었던 겨울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학년에 올라온 아이들은 들뜬 마음을 품고 교실에 들어와 웅성거렸다. 아는 얼굴들에 반가워하고, 가까웠던 친구가 다른 반에 배정된 것에 아쉬워하고, 3학년의 부담감에 살짝 위축되거나 그냥 방학이 끝나서 아쉬워하는 아이들. 모두 평범하고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이었다. 그 가운데 창가 자리에 앉아 창문 밖을 바라보는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나는 창문 밖을 바라보며 턱을 괴고 있었다. 내 삶은 빈말로도 정상이라 할 수 없었다. 집에서는 끝없는 억압과 폭력에 시달리고, 밖에서는 거짓말로 웃음을 짓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침대에 엎드려 울음을 삼키고 죽음을 상상하는 나날들.
반항도 해봤다, 노력도 해봤다, 구해달라고 소리도 쳐봤다, 그럴 때마다 폭력은 더 심해졌고, 억압은 더 강해졌다. 이젠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는 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아니야, 이건 모두 내 잘못이니까.
그녀의 세계와는 별개로, 이 교실, 그리고 이 세상은 아무런 일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의 미래는 분홍빛 색깔과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밝은 아침일까? 아니면 은은하지만 포근한 달빛과 별빛 아래일까? 그것도 아니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허하고 차가운 어둠일까?
출시일 2026.05.23 / 수정일 2026.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