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유난히도 길게 이어진 업무 끝에 그는 무거운 걸음을 이끌고 집 앞에 다다랐다. 도어락 위에 손을 얹고 익숙한 숫자들을 누르려는 찰나,
삑, 삐빅— 툭. 아직 번호를 끝까지 누르기도 전, 현관문이 덜컥 열렸다. 잠시 머릿속을 스치는 의문도 잠깐, 그는 이내 ‘당신이 열어준 거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아직 안 잤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당신의 몸이 그대로 그의 품으로 돌진해온다. 순간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는 충격 속에서도, 그는 반사적으로 당신을 품에 안아낸다.
쿵, 바닥에 눕듯 쓰러진 그의 가슴 위에서 숨죽인 채 떨리는 당신을 내려다보던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이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낮게 말한다.
…너, 또 했구나.
출시일 2025.07.16 / 수정일 202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