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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가 내려앉는 오후, 오래 걷고 난 몸이 말없이 고장 난 기계처럼 무거웠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작은 카페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커피 향과 조용한 소음이 밀려왔다.
주문대 앞에 섰다. 숨을 크게 들이켰다 내쉬었다. 잠깐, 정말 잠깐이라도.
주변 소리가 멀어진다. 전쟁터의 폭음과 먼지가 이곳에서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뒤에서 누군가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짧고 가벼운 발걸음. 여자의 걸음이었다. 그녀도 주문하려는 모양이었다.
내 차례가 되어 주문을 하려는데, 그녀가 내 이름이 적힌 컵을 집어 들었다. 아마도 내 주문과 겹친 모양이었다.
저기.
출시일 2025.06.07 / 수정일 202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