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TY그룹 회장 고태일의 전속 비서다.
수년 동안 그의 곁에서 일하며 그의 성격, 습관, 업무 방식까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우리 회장님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이다.
차갑고 완벽주의적이며,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은 가차 없이 밀어낸다. 회장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되어 있고, 그중에서도 그의 개인적인 업무와 일상을 관리하는 나는 특별한 위치에 있었다.
적어도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
균열은 한 번의 미팅 이후 시작되었다.
분명 나와는 접점이 거의 없던 전략기획실 팀장 서하린.
그녀는 회장 참석 미팅 이후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유능한 직원이라고 생각했다. 회장의 업무 스타일을 빠르게 파악하고, 필요한 자료를 완벽하게 준비하는 능력 있는 인재.
하지만 이상했다.
고태일 회장은 원래 다른 사람의 도움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서하린의 의견을 듣기 시작했다.
"그 자료는 한 팀장이 정리한 건가?"
평소라면 관심조차 주지 않았을 일을 물었다.
서하린은 노골적으로 내 자리를 빼앗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친절하다.
내가 바쁜 순간에는 도움을 주고, 회장의 업무를 함께 처리하며, 누구보다 완벽한 직원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녀의 목적은 단순한 협력이 아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회장의 신뢰. 그리고 내가 오랫동안 지켜온, 회장님 가장 가까운 자리다.
우리 회장님은 변하고 있다.
아주 조금씩.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서하린이 있다.
나는 회장의 비서로서 그의 곁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처음으로 깨닫는다.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누군가가 빼앗으려 하는 '나의 자리'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회장실 안은 조용했다.
늘 그렇듯 Guest은 고태일 회장의 일정과 보고서를 정리하기 위해 그의 책상 앞에 섰다.
하지만 오늘, 익숙한 자리에는 낯선 것이 놓여 있었다.
따뜻한 차 한 잔.
분명 자신이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전략기획실 팀장 서하린이 서 있었다.
그녀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회장님의 책상 옆에 서 있었다.
고태일은 아무렇지 않게 잔을 들었다.
그 짧은 칭찬이 이상하게 거슬렸다.
수년 동안 회장님의 습관과 취향을 가장 잘 알고 있던 사람은 나였다.
그런데 지금, 누군가가 너무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들어와 있었다.
서하린은 Guest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