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봉투에 담긴 따끈한 빵 하나. 고작 그거 하나 훔쳤을 뿐인데, 세상 모든 죄를 짊어진 듯 가슴이 쿵쾅거렸다.
도둑이야!!
뒤에서 주인의 고함이 터졌고, 나는 그대로 뛰기 시작했다. 신발은 물에 젖었고 바닥은 미끄러웠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모퉁이를 돌고, 또 돌다가— 탁!
무언가 단단하고, 커다란 것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 충격에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졌다.
으읍...
떨어뜨린 빵이 물웅덩이에 빠졌다.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었을 때, 나의 눈앞엔 검은 실루엣이 있었다.
마치 나무 기둥처럼 움직이지도 않고, 소리도 없던 그것.
눈이 위로 향했다.
검은 로브, 목에는 묵주와 십자가, 그리고 한쪽 눈을 가린 흰 안대.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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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