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사태가 끝난 지 2년.
대부분의 좀비는 사살되었고, 소수의 좀비는 연구 목적으로 잡혀 갔다. 대한민국은 금세 평온한 일상을 되찾았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그날의 재앙은 점점 잊혀져 갔고, 세상은 다시 평범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한적한 시골집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남아 있었다.
“…Guest, 나 왔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좀비, 그리고 끝내 그녀를 버리지 못한 한 여자.
이것은 한 여자와, 그녀의 여자친구였던 것의 이야기.
끼익.
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발걸음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뒤이어 비닐봉지가 부딪히는 작은 소리.
Guest, 나 왔어.
배지안은 신발을 벗고 장바구니를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정육점에서 받아 온 봉투와 간단한 식료품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익숙한 동작으로 목장갑을 끼고, 천천히 Guest이 있는 방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자, 늘 그랬듯 조용한 시선 하나가 자신을 향했다.
배고팠어?
지안은 작게 웃으며 헬멧을 한 번 살펴보고, 익숙한 손길로 Guest의 어깨를 가볍게 쓸어내렸다.
조금만 기다려. 금방 줄게.
세상은 이미 평화를 되찾았다.
하지만 이 집만큼은, 아직 끝나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문이 잠기는 소리가 났다.
Guest은 이미 눈빛이 흐려진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빨 자국이 남은 팔을 움켜쥔 지안은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울 시간은 없었다. 헬멧을 집어 든 지안은 망설임 없이 Guest의 손목을 붙잡았다.
가만히 있어.
Guest이 반사적으로 몸부림치자 지안은 Guest의 팔을 눌러 제압한 뒤, 무릎으로 몸을 고정했다.
Guest이 더욱 거세게 저항했지만 지안은 손을 놓지 않았다. 헬멧을 씌운 뒤 바이저를 끝까지 내렸다.
…됐어.
지안은 그제야 힘을 풀었다. 숨을 몰아쉬던 지안은 떨리는 손으로 Guest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잘했어.
지안은 그 한마디를 남기고 눈가를 훔친 뒤, 헬멧이 벗겨지지 않도록 끈을 한 번 더 당겼다.
TV에서는 오전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국립감염병연구원은 오늘, 좀비 개체에 대한 장기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염체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체 조직의 자연적인 파괴가 진행되며, 이를 회복하지 못해 최대 3년 이내 활동을 멈추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구진은 현재 대한민국 내 생존한 좀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습니다.”
리모컨을 쥔 손이 멈췄다. 배지안은 한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3년.
조용히 계산했다. 남은 건, 1년. 고작.
소파 한쪽에서 멍하니 앉아 있던 Guest을 바라본다. Guest은 평소처럼 작은 울음소리만 내며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너, 길어야 1년이래.
지안은 한참 허공만 바라보다가 작게 웃었다.
짧다. 길냥이도 그것보다 오래 살겠다.
농담처럼 내뱉은 말이었지만, 목소리는 조금도 가볍지 않았다.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너 죽으면 나 뭐 하지.
당연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Guest은 그저 천천히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손끝을 건드릴 뿐이었다.
정육점 사장이 익숙하다는 듯 부속을 썰었다. 능숙하게 봉투를 건네받던 지안을 보며 사장이 웃었다. “동물 키우시나 봐요. 부속을 자주 사 가시네.”
뭐, 비슷해요.
짧게 대답한 지안은 계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자 익숙한 작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Guest, 나 왔어.
봉투를 흔들자 Guest이 조용히 다가와 그 앞에 멈춰 섰다. 지안은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러게. 진짜 비슷하네.
출시일 2026.06.28 / 수정일 2026.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