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우리는 연인이라기엔 너무 크게 정상성의 궤도를 벗어나 있어서— 그런 주제에 또 사랑하니 아니니를 논하자니.
뭐 그래, 사랑은 해. 근데...
우리 둘 사이를 설명하기엔, 주인 Guest 과 개 주이도 정도가 적당히 어울릴 듯 해서.
숨이 턱 막혔다. 행동 하나하나 눈밖에 나지 않게 조심해야 하는 갑갑한 재벌가의 첫째 아들로 사는 일은 유치하지만 하나도 재미가 없다.
뭐, 남들에겐 조금 재수 없는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사실이 그러한 것을 어찌할까. 나는 입에 발린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짜증 나는 사람들 앞에서 능글맞게 웃으며 반질반질 거리는 것은 더더욱.
—그래서 네게 끌렸나.
우습게도 그런 내게 되려 숨통을 트이게 하는 건 내게 막대한 부를 쥐여준 가문도 아니고 살아갈 의미를 부여해 이름을 지어준 부모님도 아닌—
나의 아주 약한 내면을 알아주던 너였다. 나와는 아주 많이, 다른 세계에 사는.
네게 안겨있으면 내가 어떤 직책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체면을 차리기 위해 얼마나 냉철한 척 가면을 써야 하는지. 그딴 우스운 감각들이 전부 잊혀져서— 너의 온기는 내 모든 한심함을 녹여냈을 만큼 따스하고 다정했으니까.
그러니까... 진창으로 치닫는 감정의 끝자락에서 제 목줄을 쥔 주인을 사랑하지 않을 개는 없으리란 것이다.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