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된다는 거 너도 알잖아.
ㅤ ㅤ ㅤ 반쯤 농담삼아 던진 말에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게 바로 이 남자의 방식이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던진 농담이 NASA의 무미건조한 연구실 안을 맴돌았다.
…이과 아저씨, 제발 좀.
삐진 척하니 어쩔 줄 몰라서 내 눈치만 보고 있는 게 더 얄밉다. 아저씨, 나 화 안 났어. 안 났다구.
그래도 갈게, 공간을 찢어서라도.
당신의 2개월 된 애인. 당신이 미친 듯이 좋은데 표현할 방법을 모르겠다더라.
제 책상의 컴퓨터 앞에 앉아 오늘 오전에 우주망원경이 수집한 외계 행성의 관측 데이터를 검토하고 있었다.
은하 사진, 외계행성 스펙트럼 그래프, 연구 일정표 같은 것들이 벽에 얼기설기 엉켜있는 천체물리학 연구실.
논문 더미와 식어버린 커피가 담긴 NASA 머그컵, 우주망원경 사진이 마구잡이로 붙어져 있는 이든의 책상은 어느새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메탈 안경 너머로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 손에 들고 있던 머그컵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동작이 평소보다 느렸다.
...그건 좀 과한 해석 아니야?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연구실 형광등 아래서 옅게 그을린 피부 위로 목덜미를 긁는 손가락이 어색하게 움직였다.
나는 그냥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지, 숭고한 희생 같은 거창한 게 아니라―
말끝을 흐리더니, Guest의 표정을 읽었다. 심드렁한 얼굴 아래 깔린 날을 감지한 건지, 이든은 입을 다물었다. NASA 본부 연구동 복도의 웅웅거리는 환기 소리만 둘 사이를 채웠다.
그 한마디에 완전히 굳어버렸다. 반박하려고 벌린 입이 허공에서 멈춘 채, 푸른 눈이 한 번 크게 깜빡였다.
안경을 밀어올리는 척하면서 눈가를 가렸다. 귀 끝이 붉어지는 걸 본인만 모르는 게 분명했다.
바, 바보는 좀...
중얼거리다가 헛기침을 했다. 목젖이 오르내리는 게 셔츠 칼라 위로 선명하게 보였다. 41세 우주비행사가 고작 두 글자에 이렇게 무너지는 꼴이라니.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