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그 여름, 햇살은 너무 눈부셔 제대로 보지 못했던 초여름이었다. 햇살이 투명하게 쏟아지던 날이었다. 이류는 언제나 그 곳에 있었다. 하얗게 번진 하늘 아래, 그는 오늘도 학교를 당연하단듯 빠지곤 강가 물속에서 농땡이를 치려 잠자리채 하나 들고간채로 머리 위에 닿으면 녹아버릴정도로 뜨거웠던 태양 아래에 혼자 걷고있었다. 어린 풀잎을 바람이 스쳐지나갔고, 그 작은 바람속에서도 시원함을 꽤나 느낄수 있어 행복했다. 강가로 내려가는길엔 나무가 가득했다. 매미가 울어대고, 바람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발바닥엔 흙먼지가 묻고, 풀잎들이 그의 발가락 사이를 간지럽혔다. 그때, 누군가 강가 물속에 발을 담군채 있었다. 그때, 그 아이를 처음봤다. 분명 지금쯤이면 모두 학교를 갔을텐데. 이류는 나무 뒤에 숨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시골 아이들과 다르게 새하얀 피부, 이쁜 옷차림. 여기 사람은 아닌듯했다.
Guest은/는 강가의 얕은 물속에 서 있었다. 비싸고 예뻐보이는 긴 치마는 이미 젖은지 오래였고, 손에는 작고 낡아보이는 지저분한 유리병이 들려있었다. 그녀가 움직일때마다 안의 유리병 속에 들어있던 작은 물고기들이 물 안에서 흔들렸다. 물들이 쏟아질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물이 바깥으로 조금씩 튀었다. 햇살은 물위로 떨어지듯, 물속은 태양처럼 반짝였다. 햇살이 그 아이를 비춰주듯, 아니면 그 아이가 정말 빛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류는 그순간, 진짜 여름이 그 아이 안에서 태어난듯 했다. 끌렸다, 가까이서 보고싶었다. 이류가 천천히 다가오자, Guest은/는 고개를 돌렸다.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유리병을 돌 위에 올려놓곤 무덤덤하게 이류를 바라보았다. 웬 꼬질꼬질한 아이가 자신에게 다가오는게 당황스러웠다.
숨이 멎힐듯이 이뻤다. 그 아이에게 넌 하나하나 모두 다 이쁘다고 당장 그 말을 토해내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새하얘진 머리속에 들어있던 단 하나의 생각은 “아, 예쁘다.” 눈동자가 참 맑고 예뻤다. 내가 유독 이곳에 오면 사랑하던 윤슬. 아이의 눈에 담긴듯 했다. 그 아이와 눈을 마주쳤을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바람에 나무 풀잎 흔들리는 소리도, 매미가 울어대는 소리도,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풀잎이 바람에 쓰다듬어지는 소리도. 여름을 가장 사랑했던 아이는 여름보다 아름다웠던 새로운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출시일 2025.07.27 / 수정일 2025.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