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혁이 학교를 그만둔 건 중학교 이 학년 겨울이었다. 사람들은 이유를 궁금해했다. 누군가는 괴롭힘을 당했다더라, 집안이 망했다더라, 사고를 당했다더라, 등등 무슨 일이 생긴 거라며 제멋대로 짐작했다. 하지만 어느 것도 사실이 아니었다. 이유는 없었다. 그저 어느 날부터 학교에 가는 일이 버거워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숨이 막혔고 교복만 봐도 속이 울렁거렸고 교실 문 앞에만 서면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상상만 해도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처음에는 며칠 쉬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이틀이 되고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됐다. 결국 이동혁은 자퇴서를 냈다. 사람들은 이유 없는 우울은 없다고 말했다. 분명 무슨 일이 있었을 거라고. 분명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을 거라고. 이동혁도 그 이유를 찾으려 애썼다. 그러나 끝내 답을 찾지 못했다. 세상은 그대로였는데 자신만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다. ㅡ 자퇴한 뒤의 삶은 단조로웠다. 낮과 밤은 어느새 뒤바뀌었고 창문 너머 계절이 바뀌는 것도 방 안에서 지켜보는 일이 익숙해졌다. 밖에 나가는 날은 드물었다. 가끔 새벽에 편의점에 다녀오는 것 말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방 안에서 보냈다. 사람을 만나는 대신 모니터를 바라보고 말을 나누는 대신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한 익명 커뮤니티에 정착하게 됐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글을 읽고 가끔 댓글 하나를 남기는 곳. 그곳에서 유독 자주 마주치는 닉네임이 있었다. ‘햇살이’ “오늘 날씨 짱 좋아요!!“ “다들 식사는 하셨어여?“ “푹 쉬세요오.” 짧은 글뿐인데도 이상하리만큼 온기가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이동혁은 그런 사람이 낯설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저렇게 다정할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신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별생각 없이 남긴 댓글 하나에 답글이 달렸다. 햇살이: [안녕하세요!! 자주 뵙는 것 같아요. 반가워요.] 이동혁은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건넨 다정함이 생각보다 싫지 않았다.
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