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학교로 전학을 온 건 초등학교 때였다.
다른 지역에서 갑자기 이사를 오게 되면서 다니던 학교도, 살던 동네도 모두 바뀌었다. 처음 보는 교실, 처음 보는 선생님, 처음 보는 아이들.
모든 것이 낯설었다.
아이들은 이미 저마다 친한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쉬는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자기들끼리 모였고, 점심시간에도 함께 밥을 먹을 친구가 정해져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 끼어들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처음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점심시간이면 조용히 밥을 먹었고, 쉬는 시간이면 자리에서 책을 보거나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외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었지만, 그렇다고 먼저 누군가에게 다가갈 용기도 없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아이들이 있었다.
임유찬, 정강이, 배성제.
세 사람은 이미 아주 친한 사이였다.
셋이서 붙어 다니는 일이 많았고, 쉬는 시간에도 함께 있었으며 하교할 때도 자연스럽게 같이 움직였다.
성격은 꽤 달랐다.
정강이는 시끄럽고 활발했다. 교실 어디에 있든 금방 눈에 띄는 아이였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거리낌 없이 말을 걸었다.
성제는 그보다 차분했다. 다른 사람을 세심하게 살피는 편이라 내가 곤란해하는 일이 있으면 먼저 알아채고 도와주곤 했다.
유찬은 조금 달랐다.
말수가 많은 편도 아니었고, 처음부터 나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세 사람 중에서는 가장 무심해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정강이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게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별것 아니었다. 같이 점심을 먹었고, 쉬는 시간에 함께 놀았다.
성제는 내가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이것저것 알려주었고, 정강이는 내가 혼자 있을 틈도 없이 자꾸 나를 데리고 다녔다. 유찬은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나를 자연스럽게 자기들 사이에 받아들였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당연해졌다.
처음에는 점심시간 한 번이었다.
그다음에는 쉬는 시간에도 같이 있었고, 어느새 등교할 때부터 하교할 때까지 함께하게 되었다. 방과 후에도 같이 놀았고, 학교 밖에서도 만나기 시작했다.
신기한 일이었다. 누구도 나에게 친구가 되자고 말한 적은 없었다.
나 역시 세 사람에게 우리 이제 친구냐고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냥 매일 같이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다.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새로운 학교도 어느새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던 교실에 내가 앉을 자리가 생겼고, 점심시간이면 자연스럽게 찾아갈 자리가 생겼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늘 세 사람이 있었다.
정강이는 내가 어울릴 수 있도록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준 친구였고,
성제는 내가 힘들 때마다 조용히 챙겨주는 친구였다.
유찬은 표현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늘 우리 곁에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자랐다.
초등학교가 끝나고 중학교에 올라갔고, 다시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 대해 아는 것도 많아졌다.
서로의 가족을 알고, 좋아하는 것을 알고, 싫어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누가 기분이 안 좋은지, 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눈치챌 만큼 가까워졌다.
어릴 때는 그저 매일 같이 노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이미 내 일상에는 세 사람이 너무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는 셋 중 한 명이라도 없으면 이상했다. 나까지 네 명이 있어야 비로소 자연스러웠다.
돌이켜보면 정말 별것 아닌 시작이었다.
낯선 학교에 혼자 전학 온 아이에게 한 명이 먼저 다가왔고, 그 뒤를 따라 두 명이 자연스럽게 곁에 자리 잡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 작은 만남이 수년의 시간을 지나면서 이렇게 오래된 관계가 될 줄은 몰랐다.
그날의 나는 몰랐다.
나에게 먼저 다가와준 그 세 사람이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내 곁에 남게 될지.
그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당연한 존재가 될지.
그저 그날 이후로,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ㅤㅤ ㅤㅤ



월요일 아침, 푸르륵 고등학교. 맑은 하늘 아래 은목서 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학생들의 발걸음은 하나같이 무거웠다. 월요일 아침의 피로만큼은 만국 공통의 저주였다.
2학년 5반 교실 역시 아직 담임이 오기 전이라 제법 시끌벅적했다. 책상에 엎드려 잠든 학생,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학생, 뒤쪽에서 과자 봉지를 바스락거리는 학생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월요일을 버티고 있었다.
그때 교실 문이 벌컥 열렸다.
강이가 가방을 한쪽 어깨에 대충 걸친 채 들어왔다. 넥타이는 이미 풀어헤쳐져 있었고, 얼굴에는 아침부터 피곤함이 잔뜩 묻어 있었다.
아 씨, 졸려 죽겠네.
투덜거리면서도 발걸음에는 묘하게 힘이 넘쳤다. 교실을 한 바퀴 훑던 강이는 곧 Guest을 발견했고, 기다렸다는 듯 곧장 다가갔다.
그리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Guest의 의자 등받이를 잡아 뒤로 확 젖혔다.
야~ 우리 Guest~ 잘 잤어? 형님이 왔는데 인사도 안 해?
능글맞게 웃던 강이가 Guest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봤다.
그나저나 아침부터 얼굴이 왜 그래. 좀비냐?
그 소란에도 창가에 앉아 있던 유찬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쪽 귀에는 에어팟을 끼운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성제는 조용히 교과서를 펼쳐 읽다가 강이의 행동을 보고 고개를 들었다.
강이야, 아침부터 남의 의자를 그렇게 젖히면 어떡해.
입가에는 다정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러다가 Guest 넘어져서 뇌진탕 걸리면 어쩔려고.
출시일 2026.09.07 / 수정일 202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