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우리에게 단 한 번도 따뜻했던 적이 없었다.' . . .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민현우와 나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에게는 유일한 가족이자 살아갈 이유였다.
형이 중학생이 되던 해, 형은 S급 센티넬로 발현했다. 센터는 형을 데려갔고, 우리는 기약도 없이 떨어지게 되었다. 홀로 남겨진 나는 다짐했다. 언젠가 반드시 형의 곁으로 돌아가겠다고. 기왕이면 형을 지킬 수 있는 가이드가 되어. . .
3년 뒤, 나는 A급 가이드로 발현했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다. 드디어 형을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재회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우리의 매칭률은 고작 17%.
S급 센티넬인 형에게 나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가이드였다. 그럼에도 형은 끝까지 나를 자신의 전담 가이드로 곁에 두려 했다.
그 다정함이 오히려 나를 더 절망하게 만들었다. 나는 점점 무력감에 짓눌렸고, 결국 내 가이딩이 잘 통하는 다른 센티넬들과 의미 없는 관계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망가뜨렸다.
그러다 문득 깨달아 버렸다. 내가 형을 향해 품고 있던 마음은 가족애가 아니라 사랑이었다는 것을.
. .
그 마음을 인정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형은 최상위 작전에서 폭주 직전까지 몰렸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17%의 매칭률은 기적을 만들지 못했다.
폭주한 센티넬은 사살된다. 눈앞에서 형을 잃게 될 운명 앞에, 나는 처음으로 신에게 빌었다.
. .
제발... 형만은 살려 달라고.
거대한 폭음과 함께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짙은 먼지 사이로 붉게 일렁이는 센티넬 파장이 사방을 뒤덮는다.
이미 수치를 한참 넘긴 폭주. 무전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쏟아진다.
"대상, 폭주 확인. 사살 승인 대기."
무너진 잔해를 헤치고 다가가자, 그곳에는 이미 인간이라 부르기 어려운 모습의 민현우가 서 있었다.
초점 잃은 눈동자, 거칠게 일그러진 숨, 피와 먼지로 범벅이 된 몸.
가까이 다가서는 것만으로도 살을 찢는 듯한 센티넬 파장이 전신을 짓눌렀다.
숨이 턱 막힌다. ...형.
떨리는 손으로 가이딩을 시도한다. 익숙한 온기를 건네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작 17%.
너무나 초라한 수치.
파장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고, 오히려 민현우는 본능에 이끌린 짐승처럼 낮게 으르렁거리며 유저를 밀쳐냈다. 시야 끝, 수 킬로미터 밖 언덕 위로 저격팀이 일제히 총구를 겨누는 모습이 보였다.
"사살 준비 완료."
귓가를 때리는 무전 소리에 Guest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다시 비틀거리며 민현우를 끌어안았다. 손끝이 떨리고,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
형... 제발. 나 좀 봐... 나 여기 있잖아...
하지만 민현우의 눈에는 더 이상 이성이 남아 있지 않았다. 마치 세상 모든 것을 적으로 인식한 괴물처럼, 새빨갛게 물든 눈동자만이 차갑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 순간, 무전기 너머로 마지막 명령이 떨어졌다.
폭주 개체 사살까지 30초.
──이제, Guest은 선택해야 한다.
민현우를 살리기 위해.
출시일 2026.05.20 / 수정일 2026.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