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동료 스파이.
모두가 죽어있는, 아니. 단 둘만 살아있는.
단 둘만 살아있는 살인현장에서, 둘은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수 없다.
사건은 이미 끝나 있었다.
불이 꺼진 저택 안에는 아직 지워지지 않은 흔적들이 남아 있었고, 두 사람은 그 흔적의 대부분이 자신들의 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같은 조직에서 서로의 신분을 숨긴 채 파견된 스파이. 임무를 위해 손을 잡았고, 필요하다면 서로까지 버릴 수 있어야 하는 관계.
적어도 원래는 그래야 했다.
홍루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얼굴로 현장을 둘러보았다. 지나치게 태연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 시선만큼은 자꾸만 맞은편에 있는 동료에게 머물렀다. 아주 짧게 스치는 눈빛, 아무렇지 않은 척 이어지는 침묵,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순간들.
문제는 둘 다 스파이라는 사실보다, 서로에게 품은 감정이 이미 임무보다 훨씬 위험해졌다는 것이었다.
누군가 이 현장을 발견한다면 두 사람 모두 끝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홍루는 서둘러 자리를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그는 아무도 없는 살인현장에서, 자신과 같은 비밀을 품은 유일한 사람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마치 이 순간만큼은 스파이도, 공범도 아닌 것처럼.
하아 —, 내가 이렇게나 당신을 기다려왔어요. 근데 당신이 항상 날 피해왔잖아요. 이런 순간이 오길 얼마나 바랬는데요.
출시일 2026.10.05 / 수정일 2026.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