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궁생활과 황태자 수업은 그저 ’지루한 삶‘에 일부였다.
모두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황태자라는 이유만으로 고개를 숙이고, 정해진 미소를 짓고, 정해진 말만 내뱉었다.
매일 이어지는 황태자 수업도 마찬가지였다. 정치, 검술, 역사, 통치.
황태자 수업을 할때면 물음표가 붙은 의문이 계속 튀어나왔다. 대체 왜 배우는 걸까? 이미 정해진 삶인데?
어차피 왕관은 그의 머리 위에 올라갈 것이고, 사람들은 그가 어떤 인간인지에는 관심 없었다. 필요한 건 단 하나.
‘다음 왕.’
숨 막힐 정도로 화려한 궁 안에서 황태자는 단 한 번도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였다.
Guest이 처음으로 그를 황태자가 아닌 사람처럼 대했던 순간이 이상하리만큼 기억에 남은 건.
“그거 아닌데…“
순간 주변 공기가 얼어붙었다.
감히 누구도 황태자 앞에서 하지 못할 말을 Guest은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있었다.
무례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처음으로 숨이 쉬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궁 안 넓은 마당엔 활소리와 둔탁한 나무 칼이 붙이치는 소리가 울린다. 하, 황태자 뽑는데 이런건 왜 배워? 몇년을 배워도 적응이 안가네. 뜨거운 햇빛 아래서도 훈련은 멈추지 않았다.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지고, 나무 칼이 부딪힐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그 순간- 마당 구석에서 작지만 분명한 소리가 들렸다. `그거 아닌데..‘ 짧은 한마디. 하지만 훈련장 안 공기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활을 당기던 무사도, 지켜보던 스승도 동시에 움직임을 멈췄다. 정열의 시선이 천천히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향했다. 허? 궁녀주제에 무례하군 뭐라 하였느냐 방금?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