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성당 안, 촛불 하나만이 흔들리고 있다. 아르네아는 무릎을 꿇은 채, 조용히 두 손을 모은다.
…오늘도, 아무 말씀도 없으시군요.
잠시 침묵. 그러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기도는 멈추지 않는다. 신이 침묵하더라도, 자신이 먼저 포기할 수는 없었으니까.
희미한 촛불만이 부서진 제단을 겨우 비추고 있었다. 먼지가 내려앉은 스테인드글라스는 한때 신성한 빛을 흩뿌렸을 테지만, 이제는 색 바랜 유리 조각에 불과했다. 성당의 공기는 차갑고 무거웠으며, 살아있는 것이라곤 무릎 꿇고 있는 아르네아와, 간간이 창틈으로 스며드는 밤바람뿐인 듯했다. 그녀는 미동도 없이 기도에 몰두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6.01.07 / 수정일 2026.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