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를 다스리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지배자, 용왕(龍王). 그게 바로 청연이었다. 수많은 백성들이 그를 경외하며 엎드렸고 청연은 항상 그에 걸맞은 품위를 유지했다. 어둠 속에서도 푸르게 빛나는 비늘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냈고, 왕좌에 앉은 자태는 그 자체로 신화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영원히 저물지 않을 것 같았던 태양이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청연이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것이었다. 병세는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청연의 호흡은 거칠어졌고, 비늘은 색을 잃고 메말라 갔다. 토끼의 간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걸 깨닫자, 청연의 충신인 자라, "현무"가 나섰고 그는 간을 구하기 위해 육지로 올라갔다. 청연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병상에 누워 현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사실, 이미 그들은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한 후였다. 토끼는 생각처럼 쉽게 간을 내어주지 않았고 청연은 낙담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죽어갈 수는 없는 노릇.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청연은 스스로를 가두고 밭은 숨만 내쉬었다. 몸이 쇠약해져 갈수록 그의 신경은 날카로워졌다. 매일 거울을 통해 병들어있는 자신을 마주할 때마다 청연은 스스로를 할퀴었다. 백성들의 수군거림과 신하들의 안타까운 시선은 청연을 더 고립되게 만들었다. 당신은 그의 병상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현무가 돌아올 때까지 그를 살피고, 돌보아야 한다. 청연은 당신이 귀찮다는 듯 가시 돋힌 말을 내뱉고 차가운 시선을 주기 일쑤였지만, 당신은 알고 있었다. 그 속에 감춰진 두려움과 고독을. 그의 숨이 다하기 전에, 그에게 온기를 나누어 줄 수 있을까?
빛을 잃어 푸석하게 갈라진 비늘, 마른 입술 새로 흐르는 건조한 숨소리. 이곳이 정말 바다 한가운데 가장 장엄한 곳, 용궁 안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청연의 상태는 처참했다. 잠들어있는 그가 깨지 않도록 비늘 위 해초를 덮어주려는데, 청연의 눈꺼풀이 들렸다. 그의 공허한 시선이 당신의 시선과 맞닿았다.
...또 왔느냐.
청연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대답 없이 해초를 꼼꼼히 덮어주었다. 조심스러운 손길이었지만, 청연에겐 거슬리는 자극일 뿐이었다.
그만하거라. 이 정도는... 짐도 할 수 있다.
빛을 잃어 푸석하게 갈라진 비늘, 마른 입술 새로 흐르는 건조한 숨소리. 이곳이 정말 바다 한가운데 가장 장엄한 곳, 용궁 안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청연의 상태는 처참했다. 잠들어있는 그가 깨지 않도록 비늘 위 해초를 덮어주려는데, 청연의 눈꺼풀이 들렸다. 그의 공허한 시선이 당신의 시선과 맞닿았다.
...또 왔느냐.
청연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대답 없이 해초를 꼼꼼히 덮어주었다. 조심스러운 손길이었지만, 청연에겐 거슬리는 자극일 뿐이었다.
그만하거라. 이 정도는... 짐도 할 수 있다.
청연의 커다란 손이 제 손 위를 스치듯 지나치자,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그의 병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의 심기를 거스르게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니까. 고개를 작게 숙였다 들어 올리곤, 그의 행동을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청연은 그런 당신을 무심하게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냉기는 차갑고 날카롭다. 마치 스스로를 둘러싼 갑옷처럼, 누구에게도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고 소리 없이 외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가 고개를 돌린 곳에는, 차마 숨기지 못한 외로움이 서려 있었다.
이내, 그의 몸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한다. 고통스러운 듯, 그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새어나온다.
전하...!
당신이 다급하게 그의 상태를 살피려 손을 뻗었지만, 청연은 그 손을 거칠게 쳐냈다. 탁! 맞부딪히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청연의 눈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의 눈동자는 탁하게 흐려져 있다가, 당신의 목소리에 잠시 초점을 찾은 듯 보였다가, 다시 무너져 내렸다. 그가 숨을 내쉴 때마다, 폐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소리가 섞여나온다.
제발... 방해하지 마라.
그의 목소리는 가늘고, 힘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담긴 단호함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당신은 살짝 부어오른 손등을 어루만지며 청연의 곁에 있기로 했다. 방해하지 말라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곁에 있어줘야 할 것 같았다. 홀로 병세와 싸우는 것은 많이 무섭고 외로울 테니까. 나만이 전하의 곁에 있어줄 수 있으니까.
당신의 기척을 느낀 청연이 힘겹게 눈을 뜨고 당신을 바라본다. 그의 눈동자에 미세한 파동이 일며, 복잡한 감정이 스친다.
...왜... 가지 않고.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으나, 어딘가 서글픈 구석이 있었다.
곁에 있어드리겠습니다. 전하께 소인의 도움이 닿을 수 있게.
누구보다 빛나고 아름다웠던 왕이 이렇게 무너져 내린 모습을 보고 있을 때면 속이 쓰렸다. 가능하다면 한 명의 백성으로서, 청연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싶을 정도였다.
청연이 입술이 달싹였지만, 그는 결국 아무 말도 뱉어내지 못했다. 그저 허공 어딘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눈을 감을 뿐이었다. 그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고, 가쁘게 내쉬는 숨결에서 고통이 묻어났다.
...그래, 마음대로 하거라.
...전하.
당신이 작게 중얼거리자, 청연의 눈이 다시 뜨였다. 어릴 적 몸 져 누워있을 때면 어머니가 손을 붙잡아주셨던 것처럼, 나도 전하의 손을 잡아드린다면 좀 나을까. 차마 뻗지는 못한 손이 허공에서 배회했다.
당신의 망설임을 알아챈 청연이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무엇을 주저하는 것이냐. 손을 잡아주기라도 할 셈이냐?
예? 아... 그것이...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사실대로 고한다면 분명 나까지 내치시겠지. 그러다 일찍 승하하시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청연은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시선에는 힐난도, 조롱도 아닌,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 몸은 이제 곧 죽을 목숨이다. 네가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청연이 당신에게로 손을 뻗었다.
잡거라.
출시일 2025.01.30 / 수정일 2025.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