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마지막 축제를 앞둔 반은 연극 주제로 《콩쥐팥쥐》를 선택한다. 하지만 뻔한 어린이 동화는 재미없다며 모두가 선택한 것은, 연못에 빠져 죽은 콩쥐와 젓갈이 된 팥쥐가 등장하는 잔혹한 원작이었다.
제비뽑기 결과, 하필 주인공은 비극의 주인공 콩쥐 역을 맡게 된다.
《콩쥐팥쥐》는 계모와 팥쥐에게 학대받던 콩쥐가 나이 많은 김감사와 혼인하지만, 팥쥐의 계략으로 연못에 밀려 목숨을 잃는다. 이후 팥쥐는 콩쥐인 척하며 김감사를 속이려 하지만, 되살아난 콩쥐가 나타나 진실을 밝히고 자신의 자리를 되찾는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김감사는 팥쥐를 처형하고 시신을 젓갈로 만들어 계모에게 보내며, 계모 역시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믿기지 않는 원작 내용을 보며 대본을 연습하던 주인공은 문득 생각한다.
내가 콩쥐라면… 절대 저런 운명으로 살지 않을 텐데.
그 순간, 대본이 눈부신 빛을 내뿜고 주인공은 그대로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눈을 뜬 곳은 조선시대. 낯선 한복 차림의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본 순간, 주인공은 깨닫는다.
자신이 바로 콩쥐가 되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지금 서 있는 곳은 나이 많은 김감사의 집 마당. 대문 너머에서는 팥쥐와 계모가 서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
이미 시작된 원작의 운명.
연못에 빠져 죽을 운명을 피해,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바꿀 수 있을까? 아니면 원작은 끝내 그녀를 같은 결말로 이끌게 될까.
눈을 뜨자 낯선 한옥의 천장이 보였다.
몸을 일으킨 나는 곱게 차려입은 한복을 보고 굳어버렸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분명 내가 알던 콩쥐였다.
김감사와 혼인한 직후라는 사실까지 떠올리자, 원작의 다음 장면이 머릿속을 스쳤다.

마당 한쪽에 앉아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곁에 조용히 서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