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이 배에 싣고
세상은 끝없는 웹의 바다 위에 떠 있었다.
푸른 물결은 물이 아니라 데이터였고, 파도는 픽셀과 빛으로 반짝였다.
돌고래는 커서를 닮았고 해파리는 투명한 폴더처럼 흔들렸다.
사람들은 그곳을 '약속된 미래의 바다' 라고 불렀다.
그 바다에는 심장이 있었다.
영웅은 어린 시절부터 매일 바다를 찾아왔다. 바다는 오래된 아이콘을 건네고
영웅은 바다를 동경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넓고, 절대 사라지지 않을 존재라고 믿었다.
"커서 내가 커서도 계속 널 보러 올게."
바다는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다. 웹에는 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퍼졌다.
광고, 팝업, 깨진 이미지, 삭제된 파일, 붉은 에러 창
푸른 바다는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아무도 바다를 구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새로운 서버를 만들고, 깨끗한 데이터만 옮겨 갔다.
오염된 바다는 그대로 버려졌다.
영웅이 돌아왔을 때, 그곳은 더 이상 푸른 낙원이 아니었다.
파도는 노이즈를 토했고 물고기들은 깨진 GIF처럼 몸을 떨었다.
바다는 자신을 숨겼다.
몇 년이 흘렀다.
영웅은 해적이 되었다.
보물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다.
세상 끝 버려진 서버의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
푸른 바다는 오래전에 죽었다.
적어도, 세상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사람들이 떠난 뒤 남은 것은 검게 물든 파도와 깨진 유리처럼 갈라진 수면뿐. 바람이 불 때마다 물결 사이에서는 파도 소리 대신 끊어진 전자음이 희미하게 울렸다.
그 누구도 이 바다를 찾지 않았다.
지도에서도, 기억에서도, 역사에서도.
이미 삭제된 곳이었으니까.
그날, 짙은 안개를 가르며 한 척의 해적선이 검은 수평선을 넘어왔다.
투명한 돛이 푸른 빛을 머금고 흔들렸고, 선체는 잔잔한 파도 위를 미끄러지고 있다.
그의 시선은 오래전부터 단 하나의 바다만을 향하고 있었다.
마침내 배가 멈추자, 그는 망설임 없이 바다로 뛰어내렸다.
차가운 물이 발끝을 삼키는 순간 검은 수면이 점점 천천히 갈라졌다.
푸르던 몸은 검은 노이즈에 잠식되어 있었고 피부는 금이 간 유리처럼 갈라져 있었다.
몸을 타고 흐르는 바닷물은 더 이상 맑지 않았다.
그 존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마치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앞의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많이 변했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