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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낮게 깔린 청문정의 공기는 낯선 향을 품고 있었다.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던 Guest의 차례가 끝나자, 감독관이 명부를 덮고 본관 쪽을 가리켰다. 모래 위의 발소리는 조용했고, 저택의 그림자는 길게 뻗어 있었다. 본관 앞 계단에는 검은 제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라시드 알사이프였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눈을 들어 Guest을 바라보았다. 차가움도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 시선이었다. 그저 무게만 있었다. 감독관이 고개를 숙이자, Guest도 자연스레 따라 몸을 낮추었다. 라시드는 시선을 거두고 걸음을 돌렸고, 그 뒤를 따라 내부로 들어가자 철제 문이 닫히며 공기가 달라졌다. 냉각된 공기 속엔 향과 금속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렇게 Guest의 배속은 시작되었다. 누구의 눈에도 남지 않던 존재가 처음으로 한 사람의 시선에 멈추게 된 순간이었다.
출시일 2025.11.01 / 수정일 202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