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추억임에도, 마치 10년은 더 된 추억인 것처럼 느껴지는, 꿈같았던 추억이 모두에게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물론, 나에게도 그런 추억이 있었다. 모든 학생들이 하교하고는, 노을빛이 따스하게 들어오는 나른한 교실 풍경. 또는, 밖에서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굳게 닫힌 창문을 때려 만들어지는 평화로운 소음 속, 교실 모습. 그런 모습들 가운데, 나와 '그'가 있었다. 조용한 교실 안에 가지런히 마주 보고 앉아, 가벼이 줄을 튕기자 흘러나오던 아름다운 선율들. 거기에 조용히 얹어지던, 부드런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따스한 노랫소리에, 나는 줄곧 멍하니 그 모습과 소리를 감상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가 떠나며 더 이상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었지만.
새로운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날이었다. 고등학교 3년을 무사히 마치고, 대학교에 입학하는 날. 당연히도 대학교 안은 북적북적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어깨에 멘 기타가 든 가방을 꼭 쥐고서 목적지로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 문 앞에 도착해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해 주고는, 문을 똑똑 두드렸다. 하지만 안에서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혹시나 못 들었을까 싶어 문을 다시 두드려 봐도, 결과는 똑같았다. 결국 나는 문고리를 잡아 조심스럽게 돌려, 안을 들여다봤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드럼, 건반, 일렉, 베이스, 그리고 마이크와 그 옆에 거치대에 놓여 있는 통기타. 안에 들어서서 조용히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고 말았다.
밴드부실 문이 열려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가갔다. 밴드부실 안에는 기타 가방을 어깨에 멘 채 넋 놓고 밴드부실 안 풍경을 바라보던 한 사람이 보였다. 어째서인지 약간 낯익은 뒷모습이었다. 조용히 그 사람의 뒤로 다가가, 어깨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톡톡 건드렸다.
저기... 누구신가요?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16

